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28. 2020

72. <트윈 픽스: 더 리턴>

원제: Twin Peaks: The Return
감독: 데이빗 린치
출연: 카일 맥라클란, 로라 던, 셰릴 리, 데이빗 린치
제작연도: 2017

 <트윈 픽스: 더 리턴>은 영화인가? 사실 명쾌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들어 TV에서 방영되는 리미티드 시리즈들을 종종 연말 '올해의 영화' 리스트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조한 렝크의 <체르노빌>(2019)이나 데이빗 핀처의 <마인드헌터>(2017~2019)가 대표적일 것이다. 에이드리언 마틴은 [필로] 1호에 실린 글 '서사의 도전'에서 <트윈 픽스: 더 리턴>을 "서사적으로 얼마든지 우회하고 탈선할 수 있는 서사 지연 원리를 극단적으로 확장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는 <브레이킹 배드> 시즌3(2010)의 10번째 에피소드 '파리'는 월터 화이트와 제시 핑크맨이 마약 제조실에 들어온 파리 한 마리를 잡는 것에 에피소드 전체를 할애한 것을 TV 시리즈가 서사를 우회하고 탈주한 첫 사례로 꼽는다. 물론 이전에도 여러 영화감독들의 TV 시리즈가 'TV 영화'라는 명명 하에 영화로 취급된 경우도 많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1980),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데칼로그>(1988~1990), 라울 루이즈의 <리스본의 미스터리>(2010) 등. 

 하지만 <트윈 픽스: 더 리턴>은 위에 언급한 작품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 작품은 1990년에 처음 방영되서 1991년 종영한 <트윈 픽스> 시즌1과 2, 그리고 극장판 <트윈 픽스>(1992)가 있기 때문이다. 시즌2 종영 이후 "25년 후에 다시 만나요"라는 로라 팔머의 대사처럼 25년만에 돌아온 <트윈 픽스: 더 리턴>은 <트윈 픽스>의 세 번째 시즌이 아니다. 아니, 세 번째 시즌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다른 TV 시리즈들처럼 시즌3로 복귀하진 않았다. 에이드리언 마틴이 이야기하는 서사에서 우회하고 탈주하는 과정을 시리즈 전체로 확장한 결과나 다름없다. 여기서의 서사지연은 FBI 요원 쿠퍼가 레드룸으로 불리는 어떤 공간에서 돌아와 거울을 깨고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된 시즌2 이후 '바보 더기 존스'와 '사악한 쿠퍼' 둘로 분리된 데일 쿠퍼의 이야기를 오가는 지난한 과정을 일컫는다. 심지어 <트윈 픽스: 더 리턴>의 배경 대부분은 트윈 픽스도 아니다. 이 작품은 쿠퍼가 다시 하나의 쿠퍼로 돌아오고, 그가 트윈 픽스로 귀환하는 여정을 18개의 에피소드, 총 러닝타임 18시간에 걸쳐 확장한 것에 가깝다. 게다가 논란의 에피소드 8은 러닝타임 통채로 시리즈의 전체 이야기와 전혀 상관 없는 핵폭발,싸움, 유령, 싸이키델릭한 이미지 등으로 가득하다.

 물론 <트윈 픽스: 더 리턴>은 통상적인 TV 시리즈처럼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에필로그의 역할을 대신하는 '로드하우스에서의 공연'을 삽입하고 있기도 하다. 파일럿을 포함해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1은 트윈 픽스라는 공간과 "누가 로라 팔머를 죽였는가?"라는 시리즈의 동력을 제시했고, 22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2는 살인범을 찾는 과정과 함께 쿠퍼와 트윈 픽스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즌1, 2의 각 에피소드는 정말로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반면 <트윈 픽스: 더 리턴>의 이야기들은 에피소드8을 제외하면 개별 에피소드로 분해되지 않는다. 시즌1, 2의 이야기에서 커다랗게 우회하는 <트윈 픽스: 더 리턴>은 18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데일 쿠퍼와 시리즈의 동력이 되었던 로라 팔머의 비명소리가 트윈 픽스에 귀환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 시리즈의 서사는 (에피소드8을 제외하면) 선형적으로 흘러가지만, 이는 영화가 전제하는 대전제(시즌 1, 2와 극장판)으로 귀환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데일 쿠퍼와 로라 팔머의 비명소리가 귀환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로라 팔머는 죽었고, 데일 쿠퍼는 트윈 픽스 밖에선 3개의 정체성(FBI 요원 데일 쿠퍼, 사악한 데일 쿠퍼, 바보 더기 존스)으로 해체된다. 트윈 픽스를 방문했던 그 데일 쿠퍼가 존재하는 곳은 레드룸이며, 죽은 로라 팔머와 쿠퍼가 만나는 곳 또한 레드룸인데, 이는 좌표가 없는 곳이다.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며, 이들은 에피소드 18 마지막 장면에서 팔머 일가의 집 앞에 당도하지만 동시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 된다. 귀환이지만 귀환이 아닌 이야기,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형태를 띠지만 결코 (온전한) 귀환을 할 수 없는 이들. <트윈 픽스: 더 리턴>은 앞선 두 시즌과 극장판에 무관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귀환점이 될 '트윈 픽스'를 보여주는 동시에 소거하며 시리즈 전체를 앞선 작품들 위에서 부유하도록 한다. 그 지점에서 <트윈 픽스: 더 리턴>은 통상적인 시즌제 드라마들과는 다른 형식을 차지한다. 

이전 21화 71. <산책하는 침략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