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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jonler Jan 13. 2019

이미 유일한 사람

3-3


 몇 년 전의 일이다. 출근을 하다가 차의 상태를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운전석 쪽에 유리파편들이 흩뿌려져 있고 창문이 깨져 있었다. 차 안을 살펴보니 지갑이 없어졌다. 도둑이 든 것이다. 이래서 지갑이나 가방을 차에 놓고 내리지 말라고 하는 거였구나. 정신을 차리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과학수사대”라고 써진 조끼를 입고 있었다. 왠지 멋졌다. 차에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과학수사대라는 분들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그들은 세심하게 차의 창문과 문 쪽에 무언가를 칠하고 붙였다 떼기를 반복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지문을 채취하는 과정이란다. 지문을 채취해서 조회한 후 차를 이용하는 가족들의 지문을 제외한 것이 범인의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안내를 하고 돌아서서 철수하는 뒷모습에도 멋짐이 묻어있었다. 


 채취해간 지문은 우리 가족들 것이 다였고 범인을 검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 일은 내게 분노가 아닌 뜻밖의 진리를 남겼다. 전 세계 70억 인구 중에서 지문으로 신원조회를 해서 딱 한 명이 나온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하나의 지문은 단 한 사람만을 가리키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사람인 것이다. 그렇게 이미 특별한 사람들인데 어른들은 왜 우리에게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 걸까. 

 어른들이 말하는 그 유일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고, 인정받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러나 유일해 지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사회화라는 미명 하에 개인의 고유성을 소거당하는 과정이었고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는 것은 오히려 유일하다는 사실에서 멀어져야 가능한 것이었다.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 말자.

나는 70억 인구 중 이미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사람이다. 당신도 그렇다. 


 진리를 깨달은 그 유일한 사람은 이제, 절대로 차에 지갑을 놓고 내리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매거진의 이전글 관계에도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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