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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임재광 Jan 15. 2022

이방인의 노래

외로움과 그리움의 차이

외로움과 그리움의 차이 

사람이 사람을 피하고 사람을 멀리하는 게 나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학습효과를 통해서 터득했다. 참으로 슬프고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마트에 한번 나가면 거의 한 달 양식을 사다 냉동고에 재워놓고 꺼내 먹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아내와 마트에 나갔다.

가득 찬 진열대 중앙에 낯익을 먹거리가 눈에 훅 들어왔다. 이제 어디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라면이 종류 별로 가득 쌓였다. 인종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거침없이 장바구니에 채워 넣었다. 상품에 선명하게 적힌 익숙한 한글만 보아도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어디에서 살던 또 얼마나 오랫동안 고향과 별거하며 살아왔던지 무관한 정체성일 것이다. 


이민 22년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 몇 년은 낯선 땅에 정착한다는 두려움의 말미에 늘 외로움이 따라붙었다. 익숙해진 외로움이야 나름의 혜안으로 견딜 수 있지만 계절이 건너갈 때마다 그리움에 향수는 십 년을 2번 돌아온 먼 길에도 가끔 홍역을 앓듯이 나를 괴롭힌다.

이민을 떠난다고 했던 날, 어느 친구가 원망하듯이 나무랐다. 몇 백 년 사는 것도 아닌데 부모 형제 친구 정든 사람들하고 함께 어우러져 고향 땅에서 발 붙이고 살지 낯설고 물선 먼 나라로 굳이 가야 하느냐고.. 또 어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인데 세상이 어떤 모양인지 두루두루 경험하고 살려는 네 용기가 부럽다고…

지금 다시 돌아서 그때 결정의 시간에 서 있다면 나는 어떤 길을 택했을까.

외로움의 공허는 채우고 스스로 위안받을 수 있지만 나이가 쌓일수록 깊어지는 그리움에 통증은 치유할 수 없다는 걸 뒤늦게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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