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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임재광 Jan 20. 2022

이방인의 노래

철부지 나이

치과 대학병원은 엄청 넓고 깨끗했다. 대기실에는 삼사십 명 정도의 환자들이 띄엄띄엄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서가 되면 의사(의대생)가 직접 나와서 환자를 데리고 들어갔다. 잠시 후 의사가 두리번거리며 환자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 나를 부르진 않았다.  대기 중인 환자들을 주욱 훑어보더니 의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네 저요”

나는 손을 번쩍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사가 접수증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의심스럽다는 듯이 다가왔다.

“당신이 임재광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접수증에 적은 나이하고 당신 얼굴은 완전히 다른데.. 신분증 좀 봅시다”.

나는 신분증을 꺼내 보여줬다. 의사는 신분증 사진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그제야 맞다며 나를 데리고 치료실로 들어갔다. 치료실 침대에 눕자 의사가가 한마디를 툭~던졌다. 

“당신은 실제 나이가 지금의 모습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열 살은 아래로 줄이세요.”

“선생님 지금 나에게 립 서비스하시는 겁니까?”

“아뇨~ 진짜입니다”

의사가 야무지게 대답했다. 바늘로 이빨 가는 금속음이 소름 돋으며 두 주먹을 움켜쥐고 긴장하는데 간간히 의사의 열 살 아래라는 말이 긴장과 좋음 사이에 끼여서 다행히 아픈 줄 몰랐다. 

내가 생각해도 난 아직 철딱서니가 없는 애다. 공짜 나이만 주어먹었지 언제나 철이 들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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