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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r 14. 2016

10원 노래방



오늘 하드 디스크에 있던 사진들을 보다가 우연히 우리 가족의 10원 노래방 사진을 보았다.


지금보다 젊은 우리 엄마가 마이크를 들고 컴퓨터방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언젠가 아버지가 한곡에 10원이면 노래방에서처럼 우리 집에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이트를 알아왔다.

어디서 알아왔는진 모르겠지만,

그 사이트에 들어가면 노래별로 반주가 나와있고

 한곡당 10원이면 컴퓨터 방, 나와 언니가 공부하던 그 긴 방이 노래방으로 변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그걸 위해 마이크까지 샀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사이트에는 온통 옛날 노래밖에 없었고 나와 언니가 부르고 싶어 하는 동방신기 노래 같은 건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꿋꿋이 종종 그 10원 노래방을 이용했다.

회사 회식 노래를 준비한다고 옛날 노래를 열심히 부르면서

엄마도 가끔 아버지의 초청(?)에 못 이겨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부르곤 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추가열이라는 가수의 노래를 참 많이 불렀던 우리 엄마.




그때의 우리 가족은 그 10원에 즐거움을 샀던 것 같다.

그 좁은 집, 지금에 비하여 훨씬 좋지 않았던 집에서 그 작은 10원으로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찍으면서 말이다.

괜히 그 마이크를 연결해서 부엌에 있는 엄마를 부르기도 하고,

늘 그 생각이 잠시 스쳐서 웃음이 터질 뻔했다.



지금도 우리 가족은  즐겁고 웃으며 지내지만 뭐랄까, 그 사진 속의 웃음은 조금 달라 보였다.

엄마의 지금보다는 더 젊고 밝은 웃음.

그 이후로 많은 힘든 일들을 겪어오면서 잠시 잊고 있던 그 웃음의 느낌.

그때는 이렇게 신경 쓸 일들이 많아지지도, 오히려 엄마는 어릴 때의 우리가 덜 걱정되지 않았을까.

공부 이외에 별다른 걱정은 필요 없었으니까 말이다.



오늘 엄마의 그 사진을 보고 문득 글이 쓰고 싶어 졌다.

10원으로 행복해지고 즐거워졌던 우리 가족의 그때.

마이크까지 사 와서 우리에게 열심히 사용법을 가르쳐줬던 적어도 10년을 젊었을 우리 아버지.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를 열심히 부르던 머리 묶은 예쁘고 젊은 우리 엄마.

부를게 없다면서도 쥬얼리의 네가 참 좋아를 열심히 부르던 나와 언니.


우리 가족


이렇게 글로 쓰면서 더욱 선명해지는 기억 저편의 한 장면들.

언젠간 다 추억이, 아니 지금도 추억이 돼버렸지만 그때가 가끔 기억이 날 것 같다.

10원으로 행복해졌던 그때가 말이다.


너무나 평범해서 더 값진 그때가, 엄마의 사진 속 웃음이 하루 종일 생각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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