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니스프리 Nov 17. 2019

토요일

     토요일 아침부터 눈을 떴으나 저녁까지 현관문 손잡이에 손가락 하나 댄 적 없는 하루다. 주말에 하루 종일 유튜브 파도를 타며 집에서 보내는 것도 알찬 하루라 여길 수 있지만, 나에게 그런 하루는 뭔가 억울한 하루다. 주말 아침 일찍부터 카페에 들어가 조용한 시간을 보내야 뿌듯한 주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부지런함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몸에 밴 게으름이 발목을 잡는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시계를 보니 7시다. 문득 콘란샵이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큰 규모로 오픈 했다는 게 생각났다. 12월 말에 이사를 하니 가구나 보러갈까. 아무것도 안 한채로, 심지어 현관문 한번 나가지 않은 채로 토요일이 지나가 버린다는 게 아쉬워 코트를 꺼내 입는다. 1시간 걸려 부지런히 간다. 


     기대한 것보다는 아쉬웠다. 많은 가구들이 있었지만 나를 위한 가구들은 적었던 것 같다. 어마어마한 가격 때문인지 과한 모피코트를 구경하는 것 같았다. 2천만원짜리 쇼파를 집에 들이는 사람들의 삶은 나와 많이 다를까. 비싼 가격 때문이었는지, 가구의 톤이 나와 맞지 않아서였는지 아쉬움의 뚜렷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콘란샵을 나왔다. 롯데백화점 폐점을 알리는 시끄러운 방송소리가 나를 쫓아 내는듯이 큰 소리로 울렸다.


     선릉역 지하철을 타기 위해 통로를 걷다 채소를 파시는 할머니 두 분을 보았다. 하루 종일 앉아 계셨는지 졸리고 지친 눈으로 종이위에 깔아둔 채소를 바라보고 계셨다. 할머니들의 어깨와 등도 기울어져 있었다. 얼굴에 패인 깊은 주름과 손등을 보며 지하철 막차와 함께 짐을 정리하고 저 분들이 들어갈 집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 그 집 거실엔 지친 몸을 누윌 소파 하나 있을까.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 입고 따뜻한 방바닥에 몸을 누위고 불을 껐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그 편안함에 따뜻한 몸을 잠 속으로 밀어 넣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래알 같은 행복이 빌딩같은 행복보다 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