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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wnscale Mar 27. 2022

정원을 가꾸는 법


소리 내는 웃음

얼굴에 그리는 미소

흥미로운 것에 기울이는 귀

무표정

권태를 이기지 못하고 열리는 하품

찌푸리는 미간

작게 되뇌는 좋지 않은 말

이해되지 않는 분노


큰 기쁨과 큰 슬픔은 가끔 찾아오지만 작고 사소한 것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게 된다.

하루를 보내며 위의 것들에 바를 정 한자를 그리며 세어본다면 어느 것이 가장 많을까?


출근길, 퇴근길 어딘가로 이동하는 와중에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의 메인 뉴스들을 훑다 보면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어이없는 이야기에 분노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전체 뉴스  부정적인 뉴스가 얼마나 되는지 세어봤다. 80% 부정적인 뉴스였고, 10% 정보성 글이었고, 10% 따뜻한 이야기였다.  이후로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지 않으려 했다. 시간을 내어 머리를 쓰레기통에 넣고  쉬라고 누가 나를 고문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깐의 짬을 참지 못하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습관처럼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고 만다.


세상에 슬픈 일이 기쁜 일보다 많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세상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고, 삶이 그렇게 계획되어 있지도 않다고 믿는다. 안 좋은 뉴스와 의심이 가는 것들에 모든 신경을 쏟게 되는 허약한 몸과 여유 없는 마음의 조심성이 슬픈 일, 화나는 일을 끌어당긴다고 생각한다. 몸을 단련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려 노력한다. 나아가 세상이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몸을 눕힐 어느 정도의 공간, 소중한 사람들, 작은 강아지와 함께 산책할 정도의 거리. 거기까지를 내 세상으로 삼겠다 생각한다.


좋지 못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악취가 코를 찌르더라도 소중한 이의 온기, 작은 생명의 멍멍 거리는 소리, 포근함으로 나를 채우는 상상을 한다. 밖에 비가 오고, 천둥이 치고, 우박이 내리고, 번개가 번쩍하더라도 블라인더를 내리고  위에 좋아하는 영화를 틀겠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겠다.  마시지 못하지만 라벨이 멋있게 생긴 위스키 골라 건배를 하겠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나와 같은 잔을 건네고 작은 강아지에겐 조그만 뼈다귀를 주겠다.


회사의 동료들과, 어렸을 때부터의 친구들과,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좋은 얘기를 나눌 때가 많을까, 좋지 않은 얘기를 나눌 때가 많을까. 좋은 얘기를 나누는 경운 드문 것 같다. 격려하는 말, 축하하는 말, 기대가 된다는 말, 즐겁다는 말, 맛있다는 말을 이번 주엔 몇 번이나 했을까?


집 앞에 정원을 꾸미는 상상을 한다. 화려한 꽃은 없을 것이다. 벚꽃은 너무 짧게 펴서 벚꽃을 심진 않을 것이다. 억지로 나무를 동그란 모양으로 자르진 않을 것이다. 정원엔 못생긴 돌도 있을 것이고, 이쁜 꽃이 피지 못하도록 욕심부리는 못난 잡초도 있을 것이다. 길고양이의 똥도 있을 것이고, 쥐의 냄새나는 발자국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나는 정원에 농약을 치거나 덫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해치기 위한 것은 아름다운 것, 소중한 풍경의 빛을 바래게 하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많은 이야기, 화나게 하는 일, 이기심, 질투, 안타까움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괴롭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러나 분노를 그 위에 뿌리진 않을 것이다. 그것은 좋은 소식과 아름다운 것도 태워버리기 때문이다. 의연히 시선을 옮기며 작지만 행복한 것들을 한올씩 담을 것이다.


정원을 가꾸는 법은 아직 잘 모르지만 지금은 집에 화분 하나를 키우고 있다. 집에서 유일하게 푸른 녹색이다. 자세히 보면 노랗게 변색된 잎도 보이고, 긁힌 상처도 보이고, 약간 잎이 말린 부분도 보인다. 그 중 곧게 뻣은 줄기, 이제 막 올라오는 작은 잎, 작은 잎이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며 찢어진 큰 잎을 마음에 담는다. 신기하고 고마운 식물이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담아 물을 준다.  


나는 식물을 키우듯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 집에서 연습 중이다.

여러가지를 보지만 좋은 것을 추려 마음에 담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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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들은 노래 /

LIKE I WANT YOU - Giveon

아무도 모르는 노래.- 콜드

some minds - Fl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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