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한 장
낡은 시간을 펼치다가
석엽(惜葉)이 된 편지 한 장 발견하고
급물살로 소환해 본 푸른 날
빛바랜 그리움 하나
생을 몽땅 사르듯 사랑한 그 시간이
이미 만개하고 사그라진 꽃송이
뿌연 세월 공간에 흩날리고 있는
꽃 이파리들
그때에는 영원하리라 믿었던 안이한 신뢰가
지금 보이는 그대로의 생명력 없는
메마르고 바삭바삭한 한 장의 석엽일 뿐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그런 사랑은 언제나 물음표이다
다시금 정 자세로 고쳐 앉아서
세월을 가다듬으며 쉼 호흡을 맞춘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일 때마다
2022. 6. 21
박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