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대니 드비토
‘배트맨’ 1편의 성공으로 인해 속편 ‘배트맨 리턴즈’가 제작되었고, 메인 악역 중 한 명인 펭귄을 연기파 배우 대니 드비토가 맡았습니다.
‘배트맨 리턴즈’는 전편의 성공으로 예산이 늘어 팀 버튼의 배트맨 세계관을 보다 훌륭하게 구현했으며, 버튼 고유의 괴기스러운 정서가 더욱 도드라지는 작품인데요. 슈퍼히어로 장르와 동화적인 내용을 섞어 독특한 조합의 영화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펭귄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어울리며, 대니 드비토는 기구한 운명의 악역을 훌륭하게 연기하죠. 대니 드비토는 촬영 당시 펭귄의 의상이 상당히 불편했지만 이 덕분에 오히려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펭귄은 기괴한 외모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인물로, 사회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반면 자신을 버린 세상을 향한 복수심에 불타는 서로 상반된 자아를 지닌 캐릭터인데요. 이러한 자신의 양면성 사이에서 괴로워하지만 최후에는 어느 한쪽을 택하게 되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게 되죠. 이는 ‘배트맨 리턴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배트맨과 펭귄 그리고 영화의 또 다른 주역 캣우먼은 영화의 결말에서 각자가 지닌 양면성에 대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캣우먼: 미쉘 파이퍼
‘배트맨 리턴즈’에서 캣우먼 역을 맡은 미쉘 파이퍼 역시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는데요. 그녀의 연기와 강렬한 의상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캣우먼의 대명사이며, 최고의 캣우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미쉘 파이퍼는 캣우먼 의상이 진공 상태로 몸에 완전히 밀착된 덕분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밝혔으며, 이로 인해 가끔씩 기절을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캣우먼은 배트맨과 펭귄과 마찬가지로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탄생한 자신의 양면성에 대한 혼란을 지닌 캐릭터인데요. 원래는 셀리나 카일이라는 유약한 성격의 여성이었지만, 상사의 비리를 알게 되어 무자비하게 살해당하고 부활하게 되면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캣우먼이 되죠. 하지만 그녀는 완전한 복수의 화신이 되지 못하고, 마음속 한편으로는 캣우먼이 아닌 셀리나 카일로서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하면서 두 개의 자아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데요.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배트맨이라는 또 다른 자아가 생기게 된 브루스 웨인 역시 그녀와 같은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죠.
이러한 둘의 성향은 '배트맨 리턴즈'의 백미이기도 한 가면무도회 장면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여기서 유일하게 브루스 웨인과 셀리나 카일이 가면을 쓰지 않은 채 참석합니다. 각자 지닌 두 개의 자아 사이에서 어떤 모습이 자신인지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 둘에게는 맨얼굴 또한 가면인 것을 보여주는 장면인데요. 서로에게 가면을 쓰는 것이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고백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고 싶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말하면서 둘은 서로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이후 클라이맥스에서 브루스 웨인과 셀리나 카일은 자신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결정을 하게 되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그 이후
‘배트맨 리턴즈’는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성공을 거두지만,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괴기스러웠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보다 밝은 분위기를 원하여 감독을 교체하게 됩니다. 팀 버튼과 함께 마이클 키튼 또한 배트맨 역에서 물러나게 되는데요. 이후 조엘 슈마허 감독은 발 킬머 주연의 보다 만화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배트맨 포에버’를 감독하게 되고, 흥행과 평가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를 거두게 되죠. 하지만 속편인 ‘배트맨 & 로빈’에서 최악의 배트맨인 조지 클루니와 함께 슈퍼히어로 영화 역사상 최악의 망작을 만들게 되고, 이로 인해 배트맨 영화 시리즈는 오랜 시간 동안 제작 중단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10년 후 배트맨 시리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다시 부활하고 마무리가 되었고, 현재는 DC 영화 시리즈에서 또 다른 스타일의 새로운 배트맨을 만나볼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