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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식성 염소 Aug 01. 2024

덕후와 머글의 코난 극장판 탐방기

명탐정 코난 : 100만달러의 펜타그램

내 최애 애니를 꼽으라면 코난과 짱구다. 옛날 만화라면 옛날 만화지만 난 여전히 최신화를 챙겨보고 극장판은 꼭 영화관에서 보려고 노력한다. 잡덕의 특성 상 엄청 깊게 덕질하지는 않고 최신 떡밥은 놓치지 않는 정도의 라이트한 덕후..? 랄까. 이번에도 극장판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얼핏 '쿠키'가 메인이자 핵심이고 반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버렸다. 그 때부터는 온갖 스포피하기 대작전을 벌이다가 드디어 '명탐정 코난 : 100만달러의 펜타그램'을 보러가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친구를 끌고!


코난 극장판의 전성기는 사실 옛날 옛적에 지났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코난을 보지않는 사람들도 기억하는 전설의 극장판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 이 나왔던 시기 이후에는 딱히 그렇다할 명작은 없었던데다(개인 의견) 이후에는 소위 뇌절이라는 평도 많이 들었고 사실 추리보다는 액션물에 가까웠기 때문. 남자친구도 초기 극장판을 보고 자란 90년대 투니버스 세대이지만 청소년이 되어서는 코난이라는 만화 자체를 보지 않았었다.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화관람을 시작했다. 

명탐정 코난 : 100만달러의 펜타그램 포스터


코난과 짱구의 극장판은 본 작품과 다른 '평행세계관'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극장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본 작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이번 극장판은 정사에 포함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더 본 작품의 에피소드를 알아야 이해가는 장면도 많았고 등장인물도 최근 코난을 보지 않은 사람은 '누구야?'를 외칠 법한 사람이 많았다. 집에서 봤으면 보면서 설명이라도 해줬을텐데 영화관이라 말은 못하고 끝나고 이해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만약 최근 코난을 보지 않은 사람과 극장에 가신다면 유튜브에 꽤 자세하게 기본 설명을 해주는 영상들이 있으니 보고 가시는 것을 추천한다. 

기본내용 유튜브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MLD6a0VxHXA


앞서 나는 덕후 남자친구는 일반인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원래 오늘 글의 제목을 '덕후와 머글'로 할 생각은 없었다. 나 스스로 코난 덕후라기 보다는 그냥 최신화를 챙겨보는 일반인 1명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한테는 나도 덕후라는 걸 알게 되는 시간이 있었다. 앞서 말했던 '쿠키' 타임!


이번 쿠키에 반전이 있다길래 영화를 보는 내내 뭐가 떡밥일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드디어 나온 쿠키는 정말 충격 그 자체.. 스포는 하지 않겠습니다. 가서 보세요! 처음 내용은 충분히 추측가능한 내용이었고 뒷부분은 이래저래 예상한 사람들이 많긴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포인트에서 헉소리가 나오게 했다. 쿠키의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관은 웅성웅성하며 서로 대화하는 소리와 놀라는 효과음이 가득했었다. 나도 보면서 엥? 헐? 대박! 이런 소리를 계속해서 낼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각자의 추측과 감상을 말하며 정신없는 영화관 안에서 멀뚱히 화면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내 남자친구였다.

출처 : 명탐정 코난


'이게 뭐가 놀라운거지?' 라는 표정으로 멀뚱히 정면을 바라보던 그를 보며 빨리 나가서 나의 흥분됨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마트까지 가는 길에 주구장창 스토리, 등장인물과 놀란 이유와 나의 감상을 설명했다. 문득 설명하다가 깨달은 것은 내가 꽤 딥하게 코난을 보고 있었다는 것. 굿즈를 사거나 만화책을 사거나 하지도 않고 그냥 만화를 보고 극장판을 보고 떡밥을 체크하는 것 뿐이 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관심도 없던 그의 입장에서 나는 진짜 코난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걸 알아버린 것이다.


여전히 나는 내가 딥한 덕후라고 절대 생각하지는 않지만 만화를 보는 사람과 아예 보지 않는 사람의 차이를 확실히 체감한 하루였다. 그래서 제목을 '덕후와 머글'로 지었는데 진짜 찐 덕후 분들이 보시면 조금 부끄러울 것 같기도 하고. 참고로 영화는 꽤 재밌었다. 극장판의 단점으로 꼽히던 무리수 액션씬이 마지막에 등장하긴 하지만 (과학법칙을 거스르는 무언가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잘 만든 극장판이라고 생각하니 혹시 코난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번 주말 나들이는 코난 극장판이 어떨지 추천한다.


난 앞으로도 완결을 기다리며 떡밥을 체크하는 한 명의 덕후로 남아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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