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
8월 15일 아침이 밝았다. 매년 찾아오는 광복절이라도 거리에 태극기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는 것은 한국사람이라면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직장인들에게는 소중한 평일의 휴일이자 긴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지만 오늘 아침은 순국선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를 한 곡 듣고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뮤지컬 <영웅> - 누가 죄인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J0lAE8gFYZg
조국의 독립과 항일투쟁에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만 현장의 감동을 느끼기엔 역시 공연이 최고다. 특히 '누가 죄인인가'는 소위 '시험기간에 들어도 되는 노래'로 입소문을 타며 뮤지컬 바이럴 마케팅의 시작을 알린 넘버이기도 하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 제국주의와 이토 히로부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읊고 있기에 한국사 시험에도 도움이 되면서도 듣다보면 화가 난다. 감사와 분노의 마음을 담은 역사적인 날의 시작을 알리기에 이보다 적합한 노래가 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뮤지컬 <영웅>은 올해 15주년을 맞이한 한국 창작뮤지컬의 성공적인 사례이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영웅>은 첫 공연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인기에 힘입어 영화까지 제작되었기에 뮤지컬에 크게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영웅>이라는 제목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웅>은 어떤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을까?
우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하얼빈 의거를 다루었기에 이해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극의 주요장면을 노래로 연기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내용이 너무 복잡하면 관객의 이해도가 떨어지게 되는 큰 단점이 있는데 역사적인 사건을 다룸으로써 이러한 단점을 크게 커버했다. 또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는 밝은 장면이나 댄스씬이 등장하며 자칫 너무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에 심적부담을 조금 덜고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포인트이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보기 좋은 공연이 되었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관객들도 많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것은 '안중근 의사'라는 인물이 어떤 고민을 하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등등이 조금 더 자세하게 나왔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인물' 중심이 아닌 '사건' 중심으로 극이 이루어지다보니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표현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에 안중근 의사에게 존경을 표하는 교도관 (맞는지) 의 캐릭터성과 서사도 약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었다.
공연을 보고 나왔을 때 나의 첫 해외여행이 갑자기 기억났다. 친구가 교환학생을 가있던 하얼빈으로 나의 첫 해외여행을 떠났었다. 하얼빈은 중국과 러시아의 분위기가 섞인 독특하고도 추운 도시였다. 꽁꽁 얼어붙은 강물과 좌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에 즐거워하다가도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숙연해지던 그 마음. 머나먼 타국에서 그것도 첫 해외여행에서 만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하얼빈이라는 도시에 남은 역사의 아픔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영웅>의 넘버를 들으며 이 글을 읽는 모두와 함께 순국선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휴일을 시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