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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식성 염소 Aug 22. 2024

우리의 소원은 영원한 삶, 아니 영원한 젊음

웹툰 '하르모니아'

당신은 영원히 살고 싶나요?


영생, 영원한 젊음은 인류의 소망이자 궁극의 목표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흘러가는 세월과 청춘이 아쉽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지금까지 영원히 살고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기에 대체 왜 저렇게까지 집착하는 걸까 싶었다.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야 영원히 누리고 싶겠지만서도 소시민인 나는 그저 평범하게 큰 일 없이 흐르듯 살고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웹툰 '하르모니아'는 인류가 영생의 비밀을 풀어낸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 한알의 약, 24시간 기준으로 1회 복용, 20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인류는 영생을 얻었고 극소수의 비복용자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인류는 약을 복용한 시점의 젊음으로 영원히 살게 되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부작용이 발생했다. 24시간 내 약을 반드시 섭취하지 않는다면 급속노화로 사망하는 것. 하르모니아 약의 가격은 폭등했고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며 인류는 13일의 지옥을 맞이했다. 하르모니아는 이후 영생의 달콤함에 얽힌 권력과 비극 그리고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웹툰 하르모니아 (출처 : 네이버 웹툰)


탄탄하고 구멍 없는 전개에 홀려 웹툰을 다 보고 나면 씁쓸함이 입안을 채운다. 우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극소수를 제외하고 하르모니아를 복용한다. 언제든 끊을 수 있는 영생의 약. 내가 원할 때까지 젊음을 유지하다가 원하면 자연스럽게 늙어갈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일 것이기에 딱히 먹지 않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가치는 부작용이 시작되며 사라진다. 약을 먹지 않으면 바로 죽는다. 영생은 사라지고 하르모니아는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변모한다. 인류의 희망은 곧 저주가 되었다.


웹툰이 끝날 때까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 부작용의 원인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작가는 Q&A를 통해 사람들이 겪게 된 '진짜 부작용'이 뭔지에 대해 반문한다. 제약사 회장은 영생을 넘어선 영원한 젊음을 위해 불법적인 인체실험을 강행하고 제약사의 독점적 권력을 위한 암투가 벌어진다. 사람들은 약을 빼앗기 위해 폭력을 서슴치 않고 해결할 수 없는 지옥에 사이비가 판을 친다. 약의 부작용은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웹툰은 영생이라는 인류 역사 내내 바래왔지만 이뤄질 수 없었던 소망을 주제로 인간의 탐욕과 사회의 혼란을 보여주었다. 만약 하르모니아가 처음부터 24시간 이내에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부작용이 있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약을 먹었을까? 아마 나는 먹지 않았을 것 같다. 언제든 약을 끊고 다시 늙어갈 수 있지 않다면 약으로 생을 유지해야한다면 나는 자연스러운 노화를 선택하고 싶다. 삶은 유한하기에 자연스럽게 나이들어가며 배우는 많은 것들과 끝이 있기에 소중해지는 것들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말 영생을 원할까. 아니면 순간순간의 인생과 손에 쥔 것들에 따라 선택하고 싶어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기술의 발전에서 배제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약을 먹었을까?

웹툰 하르모니아 (출처 : 네이버 웹툰)


과학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해나간다면 정말 하르모니아처럼 영생의 비밀을 풀어내게 될 수도 있고 줄기세포가 활성화 될 수도 있겠으며 드라마 지배종처럼 배양육이 우리의 식탁에 자연스럽게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와 윤리의 속도는 다르기에 기술이 실생활에 들어왔을 때 벌어지는 사회적 혼란은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또한 기술의 발전이 어떤 득과 실을 가져올지 모르기에 발전을 마냥 제한할수도 없다는 것도 안다.


다만 우리가 그러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그리고 사회가 최소한의 도덕성과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는 고민해야한다. 영생과 같이 오랜기간의 염원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염원이 정말 모두의 염원일지, 염원을 이루면 사회가 행복해질지도 고민해야할 것이다. 하르모니아의 주인공들이 비복용자라는 희망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길, 부작용의 원인을 밝혀내어 조금 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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