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나에겐 힘들면 찾게되는 곳이 있다. 그 이름하야 '점집' 무교라고 주장하고 다니지만 내 안의 흐르는 한국인의 DNA가 무속신앙으로 연결해주는 그런 느낌이다. 어렸을 때는 연애타로 같은 것을 많이 보러다녔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이직 시점에만 점집을 찾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큰 난관은 회사라는 의미인걸까?
앞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퇴사한지 얼마 안 된 4월경 한차례 점집에 다녀오긴했었다. 나보다는 당시 이미 퇴사한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던 유과에게 더 목적을 둔 점집 방문이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갔었다. 다른 말들은 이제와 세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나나 친구나 상반기에는 전혀 이직운이 없다고 했었던 기억이 났다. 6월에 면접에 합격한 유과의 실제 입사는 7월이었으니 사실상 맞아들어갔던 셈.
그리고 슬슬 조급증이 올라오기 시작한 나는 '대체 어떤 하반기인데!'를 외치며 점집 서치를 시작했다. 내가 바로 직전 이직을 시도했을 때 합격 시기를 정확하게 맞췄던 전화 사주 1곳과 지인을 통해 찾아낸 용하다는 점집을 예약했다. 누군가는 노오력을 해야지 이런 것에 기대냐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점보는 것이 심신안정에 매우 도움이 된다.
우선 점집에서는 보통 '언제쯤' 될 것이라고 날짜를 말해주기 때문에 그 전에 서류나 면접에서 탈락해도 크게 자책하거나 힘들어하지 않게 된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듣는 심신안정치료제이다. 그리고 이건 개인의 성향과도 연관되어 있을 것 같지만, 점집에서 말해준 '언제쯤'에 취업이 안되면 역효과로 힘듦이 두배가 될 걸 알기에 스스로 최대한 그 시기까지는 합격하려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도 발생한다. 점집에 한 번 방문하게 되면 심리적 안정감과 노력을 얻고 오는 것이다. 단돈 10만원 (점집마다 다릅니다) 정도에 이정도 효과라면 가볼만 하지 않을까.
그래서 다들 궁금해하는 건 '맞췄냐' 일 텐데, 결론부터 말하면 두 점집을 통합해서 25% 쯤 맞았다. 일단 지인을 통해 추천받았던 소위 용하다는 점집에 방문했을 때는 으리으리하고 압도적인 분위기에 눌려 왠지 모를 신뢰감이 들었었다. 그러나 분위기와는 다르게 과거와 개인 성향에 대해서는 기가막히게 잘 맞추셨는데 미래는 다 틀렸다. 심지어 뒤로 갈수록 약간 콜드리딩을 하는 느낌도 나서 점점 신뢰감이 떨어졌다. 당시에 서류를 넣었던 회사들도 말했었는데 이것도 틀렸다. 결론적으로는 0%.
그럼 25%를 맞춘 곳은 어디냐면 일전에도 이직 시기를 맞추었다던 전화 사주였다. 사실 그곳도 점집이고 사주와 신점을 조금 섞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는데 점집 위치가 지방이라 직접 방문은 못하고 전화만 했었다. 이 곳은 시기를 정확하게 맞추었다. 언제쯤이냐고 물으니 '추석 즈음'이라고 답했다. 점을 봤을때는 6월말이었기에 추석즈음이라는 말에 충격받고 되물었지만 신은 네고가 없었다. 역시 그 당시 서류를 넣었던 회사를 말해드렸고 한 곳이 느낌 좋다고 하셨으나 그 곳은 불합격! 총 50%를 맞췄다.
그래서 두 점집을 합하여 25%의 확률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다가 알게된 사실이지만 당시에 느낌이 좋다고했던 회사와 실제 합격한 회사의 이름의 절반이 똑같았다. 그 이름은 '업계'를 지칭하는 이름이었으니 회사도 맞았다고 해야하는건가. 점을 보고 추석까지 약 3달이 남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나는 남은 돈과 시간을 계산했고 이렇게 놀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도 서류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내 앞에는 회사가 아닌 알바몬의 세상이 펼쳐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