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잡식성 염소 Aug 29. 2024

12. 스물 아홉, 알바를 하다

세상은 넓고 돈 버는 법은 많다.

예상 외로 재취업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와 추석 즈음에서야 합격할 것이라는 점집의 예언(점집이야기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은 다른 무엇보다 금전적으로 나를 불편하게 했다. 본가에서 나와 독립을 하고 있기에 정말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갔다.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올때는 몰랐던 자금의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모아놓은 돈도 꽤 있기는 했지만 대학원 등록금 등으로 많이 사용한 상태이고 통장에 일정수준의 돈이 모여있지 않으면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기에 앞으로 사용할 돈과 남은 돈의 격차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파워 J 답게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플랜을 수립했다.


일단 추석에는 합격연락을 받고 10월에 출근한다는 전제하에 금액을 짰다. 그렇게 쪼들리는 돈은 아니었지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야했기에 머리속 계산기가 정말 미친듯이 돌아갔다. 다른 것은 제외하고 '약속'이 있어 외출하는 비용 정도만 우선 충당하면 10월까지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온갖 알바 어플과 과외 어플을 깔기 시작했다.


취준생 시절이라는게 없었던 나는 대학시절에만 알바를 해보았는데, 그마저도 주로 학원선생님이나 과외를 했었고 그나마 평범하게 해본 것이 편의점 알바였다. 하여 카페나 서빙알바에 (누가 들으면 욕할)로망이 있기도 하고 요리가 취미였던지라 식당은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궁금하여 주로 서빙알바를 찾게 되었다. 이런저런 알바 사이트와 앱을 모두 둘러보았는데 나처럼 하루~이틀 정도의 단기간의 빡센 알바를 찾는 분들을 위해 가장 적합한 어플이 있어 추천해보려 한다.


SOON (단기알바)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sooooon.android

단시간 단기 알바이기에 힘든 만큼 시급이 쎈 곳이 많고 알바 지원도 간편하며 합격할 경우 간단한 계약서도 작성하게 되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 사실 서빙보다는 카페알바를 더 해보고 싶었지만 장기근무자를 찾는 곳이 대다수여서 포기했다. 그렇게 시작한 단기알바들! 점심시간 설거지부터 서빙까지 식당에서 할 수 있는 알바는 다 해본 것 같다. 그리고 느낀 건.. 정말 빡셌다.


시급이 쎄고 단시간 (주로 직장인 밀집지역의 점심) 알바를 구하기에 힘들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예상보다도 더 했다. 약 11시반부터 1시반까지의 피크 타임을 위해 사전에 1시간 이상 밑작업을 진행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라거나 중간중간 세팅을 다시 해야하는 경우도 생겼다. 아무것도 아니어보였던 밑반찬과 물/티슈의 시스템을 확인하고 나니 왜 셀프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밀려들어오는 사람들과 폭발하는 주문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고 서빙보다 어려운 것은 뒷정리였다. 음식 안남기는 분들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리고 가끔 식당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경우, 음식이 매우 늦게 나오거나 주문이 잘못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했는데 알바생 입장에서도 답답한 식당이 얼마나 오래갈지 의문을 품게하는 곳도 있었다.


약속이 잡히면 대략 남은 용돈을 계산해서 금액만큼의 알바를 잡는 일을 대략 3달정도 했다. 단기 알바 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두 가지! 짧게 일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에 대한 해방감과 장사 함부로 시작하는 것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직장인일 때만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도 소소한 용돈벌이는 가능했었기에 자유로움은 좋았으나 그래도 점심시간에 밥먹으러 오는 직장인들을 보면 얼른 취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기도 했다. 장사의 어려움과 직장에 대한 갈망을 알게 해준 알바였으니 진정한 백수의 돈벌이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 경험은 훗날 회사라는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이 진하게 들었을 때 '뭘 해도 먹고는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게 된다. 역시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