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아요
내가 재취업 준비에 뛰어들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던 시점, 친구 유과가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내 일처럼 기쁘다는 말이 딱 맞았다. 지난번 고단한 면접 이후 친구는 개인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과 자격증에 도전했었고 그 과정에서 알게된 한 회사의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규모가 작았고 대표가 직접 면접을 봤기에 면접 당일에 합격과 연봉협상까지 모두 끝낸 후 합격소식을 알려왔다. 그 전과 다르게 맘고생 시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취업은 사이다 그 자체였다. (슬프게도 그 회사는 짧은 시간만에 김빠진 사이다가 됩니다..)
그 동안의 노력과 고생을 모두 알았기에 취업한 회사에서 행복한 앞날이 펼쳐지길 바랬다. 친구가 취업을 했으니 평행이론 팔자인 나도 곧 취업이 되겠지, 묘하게 안심되는 부분도 있었다. 막상 재취업을 앞두니 또 다른 걱정과 고민들에 휩싸여 있기도 했지만 일단 취업이 확정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표정이 밝아진 것에 다행스런 마음이 들었다. 출근 전 마지막 술한잔을 하며 이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내고 집에 돌아와 누우니 문득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원하는 업계에 적절히 고생하지 않고 취업했고 인턴부터 이직까지 업계를 2번이나 옮겼지만 항상 원하는 회사에 합격하여 일해왔다. 거기에 퇴사 전 서류 합격도 있었으니 재취업도 당연히 무난하게 진행되리라 생각했는데, 친구를 보니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력도 좋고 스펙도 좋고 능력도 있는 친구가 이렇게까지 고생을 할 줄 몰랐기에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이직은 주차자리 찾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자리가 비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이 괜시리 머리 속을 헤집고 다녔다.
나의 일에 대한 열정과 능력을 지금까지 사회가 알아줄 것이라 당연히 생각했다. 노력하면 안될게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내게 노력해서 안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불안을 넘어선 공포였다. '입시는 70퍼센트의 운과 30퍼센트의 노력으로 결정된다'는 수험생 시절의 농담아닌 농담이 떠오르는 건 나의 기우이겠거니 넘겨버렸다.
거기에 5월말부터 넣었던 서류들이 몇 주가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고 넣을만한 공고의 절대적 숫자가 너무 적었기에 불안함은 더 증폭되었다. 스스로의 경제상황을 점검하며 취업목표를 다시 세웠다. 목표는 앞으로 3개월! 그 안에 취업을 무조건 하리라 다짐하고 취업 준비에 전력을 다했다.
지금와서 그 때를 생각해보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회사만 있던게 아니니 그렇게 급할 것도 없었고 천천히 생각해도 됐었는데 뭐가 그렇게 조급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좋은 회사를 들어가고 회사에서 인정 받는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빡센 경험으로 알게 된 지금의 이야기긴 하지만 그 때의 내가 조금 안쓰럽게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는 감정인가보다.
그렇게 파워 N 파워 J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플랜 D를 넘어선 Z까지의 계획을 세우며 안해도 될 걱정을 쌓아갔다. 별다른 종교도 없는 사람이기에 기댈 곳은 나의 정신력...은 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점을 보러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지난 4월에도 한차례 보기는 했었지만 당장 미래를 알고싶은 사람은 또 다시 점집을 서치하기 시작했고 2곳의 점집을 방문하였다. 애매하지만 두 곳의 점사를 모두 합하여 확률 계산을 해본다면 25% 정도 맞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25%에 안정감을 얻었으니 돈 값은 했다고 생각해야하는 걸까? 오늘도 이직을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점집을 추천하고 다니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