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아쟁과 해금도 헷갈리는 놈이

by 이상현

#20 아쟁과 해금도 헷갈리는 놈이


그 곡이 생각났습니다. 동생이 해금 산조 공연을 보러 간다는 페북 글을 보고 저는 인터넷을 찾고 있었지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곡입니다. 들으면 가슴이 찢어지게 아려왔던 곡이지요.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그 앨범을 만든 사람이 김수철이라는 것만 기억나더군요. 김수철, 기타를 메고 ‘일곱 색깔 무지개’를 뛰면서 부르던 작은 거인 김수철. ‘못다핀 꽃 한송이’ 등 감성 깊은 노래도 작곡한 재능 넘치는 가수였지요. 언젠가부터 잘 안 보이더니 우리 소리에 푹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우연히 그의 음악 테이프를 샀습니다. 국악을 접목한 그 테이프를 듣고 그가 천재라는 생각을 했지요. 저 같은 음악의 문외한에게 우리 소리에 푹 빠지게 한 앨범입니다.


인터넷에서 처음에 ‘김수철과 해금’ 넣었더니 원하던 곡을 찾을 수 없더군요. 오래전 앨범이라 그런가 하다가 앨범 이름이 생각났습니다. ‘황천길’


‘황천길’ 앨범의 곡들이 다 좋지만, 특히 이 곡에 담긴 소리는 가슴을 찢어 놓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 악기는 해금이 아니고 아쟁이지요. 이 곡을 들으며 아쟁 소리에 푹 빠졌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저의 무식함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해금 산조 소식을 듣고 이 노래가 생각났듯이 저는 아쟁과 해금이 헷갈립니다. 이 곡의 악기는 아쟁이 맞습니다. 문제는 제가 아쟁 생긴 모양을 해금으로 한참 동안 오해하고 살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건 저만 그런 것은 아닌가 봐요. 주위 사람에게 물어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잘 아시나요. 심지어 교과서에도 아쟁과 해금을 잘못 표기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흔히 깽깽이라 불리는 악기는 해금이지요. 해금은 가야금, 거문고와 같이 눕혀 놓고 연주하는 커다란 악기가 아니고 세워 놓고 두 줄을 현으로 긁어 소리 내는 비교적 작은 악기이지요. 국악 악기 중 가장 높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쟁은 거문고, 가야금과 비슷하게 생겼지요. 줄을 튕겨 소리 내는 거문고, 가야금과 달리 아쟁은 현을 이용해 소리를 내지요. 아쟁은 7줄 이상이고 국악 악기 중 가장 낮은 음역을 맡습니다.


해금과 아쟁이 왜 그렇게 헷갈릴까? 제가 머리가 나빠서도 그렇겠지만, 아마 이름 탓인 것 같아요. 해금은 ‘금’자가 들어서인지 가야금 비슷한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쟁은 쟁쟁거리니 깽깽이일 것이라 느낌이 오고요. 하지만 실제 이름은 느낌과 달리 정반대이지요.


아쟁이나 해금은 그렇게 생긴 것과 악기 줄 수, 음역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악기 모두 줄을 현으로 마찰하여 소리 내는 찰현악기입니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같이 튕겨서 내는 소리와 줄을 비비면서 내는 소리는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느낌이 매우 다르지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아쟁과 해금의 소리는 줄 뿐만 아니라 가슴도 마찰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생긴 것은 완전히 딴판인 아쟁과 해금이지만, 두 악기 모두 소리가 길게 가슴에 남는 것은 가슴을 마찰하는 찰현악기라서 그럴까요.


아쟁과 해금도 헷갈리는 놈이 국악 악기를 이야기하니 우습네요. 사실은 이 곡을 다시 듣고 여전히 정말 좋아서 함께 듣고 싶어 끄적거리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땅의 음악인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아차, 이 곡의 제목은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지요. 들어 보시면 이 곡의 제목은 ‘한’이란 글자 외에 다른 글자가 생각이 안 납니다. 아쟁이 내는 소리가 ‘한’ 자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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