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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Oct 20. 2024

보물

이 제목으로 참 여러 번의 습작글을 썼었다.


동화에도 도전하고 동시에도 도전하고 심지어 미용강의하다 헤어숍브랜드로 써볼까도 해봤다.


"보물섬에 오시면 잊고 있던 아름다움을 찾아드립니다."

하고 말이다.


얼마 전 나경이가 다니는 공동육아어린이집에 교육 아마로 참여했다.


교육 이마는 선생님들의 휴가나 출장 중에 학부모가 대신 교사 역할을 도와주는 것으로 일 년에 몇 없는 휴가, 아니 일정을 빼고 참여했다.


그리고 아침나절 아이들과 노는데 아이들이 고맙다며 내게 보물을 주웠다.


난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하고 종일 보물을 주머니에 넣고 아이들과 산책도 가고 괴물놀이도 하고 강강술래도 했다.


빗소리가 듣기 좋게 내릴 때쯤엔 책을 읽어주고 같이 낮잠도 잤다.


어느덧 간식을 먹고 뒷정리를 하고 보물을 찾았다.


"어? 이거 나 주는 보물 아니야?"

"보물은 가져가면 안 돼."

"나 가져가고 싶은데."

"마음만 가져가."


와!


말문이 턱 막혔고 그는 "모두 제자리"에 맞춰 동생들과 같이 어린이집 장난감을 정리했다.


최근에 난 나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돈은 많이 벌지만 정작 나에게 돈을 쓰지 않는다. 아니 쓸 줄 모르는 듯하다.


집에 빚이 많고 고정적 비용이 많다 보니 옷도 신발도 도리어 내 취미생활 비용도 상당히 아낀다.


후원하는 것만 빼고.


그리고 어린이집 아빠들과 같이 러닝을 하기로 했는데 신발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울적해졌다.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안나는 운동화를 신고 운동복도 따로 없이 나가는 게 창피했고 뭔가 서글펐다.


열심히 일을 하면서 나를 위해 돈을 쓸 줄 모르는 게.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친구와 부랴부랴 당장 다음 주 행사에 입을 정장과 옷을 샀다.


집에 돌아와 찍힌 영수증을 봤다.


옷은 재단과 시간이 걸려 영수증만 들고 온 게 문득 아이들이 내게 준 보물 같았다.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만 가지고 온.


가끔은 내가 찾는 보물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나를 다독이기 위한 선물은 해야겠다.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이겨내는 마음의 보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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