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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cura Jul 07. 2022

눈이 부시게

나의 엄마와 아빠

마흔 여덟인 엄마는 서른 여섯인 아빠를 어떤 모습으로 만났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엄마가 아주 할머니가 되어서 만났으면 좀 더 극적이었겠지만, 요즘 찾아 보려면 찾아 볼 수도 있을만한 연상 연하 커플 정도의 나이 차 밖에 나지 않아서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만났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내가 봐도 노안이라...


눈물이 적지는 않은 편이라, 누가 울면 따라 우는 편이라, 영화를 보다 드라마를 보다 울고 불고, 누가 볼까 무섭게 혼자 꺼이 꺼이 운 적도 많은 편이지만, 몇 년 전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보면서는 정말 많이 울었다. 엄마라는 소재 자체가 웬만한 사람들의 눈물은 어렵지 않게 뽑아내는 무적의 소재이긴 하지만, 다시 젊어진 엄마가, 정확히는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의 바로 그 나이로 돌아간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의 그 젊은 아빠를 다시 만나는 장면에선 너무 울어서 화면도 제대로 못 쳐다 볼 정도였다. 


흰 구두에 흰 스커트를 입은 내 엄마가 젊은 나의 아빠에게 사뿐 사뿐 걸어가 안긴 것만 같아서, 내가 지금은 갈 수 없는 그 곳의 엄마를 화면을 통해 다시 보는 것만 같아서 울음이 터졌다. 서른도 안 된 젊은 엄마는 서른 여섯 아빠를 만나 그 곳에서 다시 행복해졌을까?


이 드라마는 그 곳에 계실 엄마와 아빠가 아마도 이렇게 재회하고, 이렇게 따스하게 서로를 안은 채 지내고 계실 거라는 걸 화면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나를 위로해 주었다. 내겐 정말 큰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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