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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메이커 Aug 14. 2024

회사원의 틈. 발리에서 요가지도자자격증 따기. day1

발리로 출발하다.

발리로 출발하는 날, 남편과 인천공항에서 눈물의 이별을 했다.

출국 수속을 밟는데 웬 여자가 엉엉 울고 있으니, 세관 검사하시는 직원 분이 괜찮냐고 물어봐주셨다.

"엉엉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엉엉"


발리로 가는 동안 비행기에서 영화 세편을 봤는데,

인사이드아웃을 괜히 틀어서는 또 엉엉 울고 눈탱이 밤탱이가 되었다.

그리고 밤 11시 50분, 발리 공항에 도착했다.

비자를 신청하는 곳 옆에 있는 ATM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야무지게 ATM에서 인도네시아 돈을 인출하고 도착비자도 빨리 받았다.


요가원에서 픽업차량을 보내준 덕분에 크게 힘든 일 없이 요가원에 도착했다.

깊은 밤이라 밀리지 않았는데도 40분이 조금 넘게 걸리는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내가 방에 무사히 도착하기까지 한국에서 자지 않고 기다려준 남편을 재우고는, 방에 들어와 짐을 풀었다.

뎅기열 때문에 걱정하는 가족들을 위해 야무지게 챙겨 온 모기장을 침대에 펼치니

아늑한 나만의 방이 되었다.

예전이 친구들이 준 베르가못 오일을 베개에 한 방울 떨어뜨리니

결혼 전에 다니던 마사지샵 느낌이 났다.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들었다.


첫째 날 잠깐의 산책

아침에 일어나니 9시가 넘었다. 어제 거의 3시가 다되어 잠에 든 탓에 여전히 피곤했다.

어제 다 풀지 못한 짐을 모두 풀어 정리했다.

짐을 많이 가지고 오기는 했지만, 덕분에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을 듯했다.


오리엔테이션은 5시 30분 저녁식사부터 시작인데, 점심은 따로 제공되는 게 없었다.

요가원에서 사 먹어도 되지만, 다른 지역 구경도 갈 겸 그랩을 불렀다.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사누르(Sanur) 지역이 있어서, 그곳에 있는 Akaya라는 카페에 가기로 했다.


https://maps.app.goo.gl/qjkrrfXXLiDTVpar9

메뉴들이 다 맛있어 보여서 뭘 먹을지 고민하다, 나와서 먹을 일이 많이 없을 것 같아 클럽 샌드위치와 아사이볼 2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결과는 성공적! 너무 맛있었다.

이번 발리 여행에서는 예전처럼 매일 글을 써보기로 했는데, 그 처음을 시작했다.

카페에 앉아 아사이볼을 먹으면서 글을 쓰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cafe akaya

어느덧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져 카페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마트로 향했다.

갑자기 비가 내려 걷는데 20분 정도 걸렸다.(요가원으로 돌아갈까 계속 고민했다.)

마트에서 몇 가지 생존템을 구매했다. 든든해진 마음을 챙겨 요가원으로 돌아왔다.

비가 세차게 내려서 돌아오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사누르 popular market

요가원에는 막 도착한 다른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수업료를 정산하러 갔는데, 어제 들어간 방이 실수로 잘못 배정되어 방을 옮기라고 했다.

발코니가 딸린 방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없는 방으로 옮기라고 했다.

어제 괜찮다고 해서 이미 짐을 다 풀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미안하다고 옮겨야 한다고 했다.

요가원 직원들이 도와준 덕분에 옮기는 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펼쳐놓은 모기장을 다시 접고, 잘 개어 넣어놓은 옷들을 다시 캐리어에 넣어야 했다.

한국이었으면 좀 더 화가 났을 것 같은데,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요가를 배우러 왔다는 생각을 되뇌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는 바뀐 방에 꽤나 만족 중이다.

수업하는 공간이 바로 옆이라, 이동이 편하고, 발코니가 없어서 개미가 없다.


첫 번째 저녁 식사

짐을 겨우 다 옮기고 나니 저녁 5시 30분이 되어 1층으로 내려갔다. 어색하게 스몰챗을 나누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 가 자리를 잡았다. 식사는 모두 채식으로 준비되었다. 스위스에서 온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친구, 독일에서 온 안냐, 안냐의 동생, 뉴질랜드에서 온 제임스와 엠마와 함께 식사를 했다. 요가를 얼마나 배웠는지, 어쩌다 지도자과정을 신청하게 되었는지, 발리에는 얼마나 있었는지 등등의 얘기를 나누었다.

yogmantra 저녁식사


오리엔테이션과 오프닝 세리머니

저녁식사가 끝나고 하얀색 옷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1층에 모였다. 기다리는 동안 프랑스에서 온 클로이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클로이는 남자친구와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다가 혼자 발리에 와서 요가를 배우고 일주일정도 여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직업은 인테리어 관련 일이었는데, 호주에서는 과일을 따거나 청소를 했다고 한다.


yogmantra를 만든 인도인 Praju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yogmantra는 비영리기관으로 여기서 나온 모든 수익은 인도네시아 고아들에게 기부한다고 했다. 다른 영리 사업들도 하고 있긴 하지만, 이 TTC과정만큼은 비영리라고 했다. Praju는 굉장히 자신감 넘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여성 인도인이 여기서 이런 사업을 하게 되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생활 전반에 관한 오리엔테이션과 선생님들 소개를 마친 후 오프닝 세리머니를 하기 위한 한 가지 준비를 했다. 세리머니를 하는 곳에 들어가기 전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나 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종이에 써서 불에 태운다고 한다. 나는 종이에 '내가 가장 나아야 한다는 욕심'과'세상이 내 맘대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써서 태워 없앴다.


오프닝 세리머니는 모든 사람이 하얀색 옷을 입고 둘러앉아 진행됐다. 처음으로 '옴'을 다 함께 소리 내었는데, 여러 명이 내는 음들이 모여 신성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들렸다. 제일 높아 보이는 구루께서 축복과 안전을 기원하는 머리띠와 팔찌를 채워주셨고, 미간에 빨간색 점을 찍어주셨다. 만트라와 챈팅을 거의 30분 동안 했던 것 같다. 선생님들이 각자 타악기를 하나씩 들고 연주하셨고,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다 나중에는 일어나 함께 춤을 췄다. 마지막으로 머리에 꽃을 한가득 뿌리는 플라워 샤워를 하며 축복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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