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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말고이응 Feb 17. 2019

언니와 오빠, 무엇이 다른가 - 1

2년 전에 새언니가 생겼다 

 2년 전 이맘때 오빠가 결혼하면서 새언니가 생겼다. 오빠와 동갑이자 생일도 같은(운명적!) 새언니의 등장으로 '언니가 있는 기분'을 처음으로 어렴풋이 느끼게 됐다. 오빠와 정말 친한 편인 나는 평소 '남동생이 있었으면'이나 '언니가 있었으면'류의 희망사항을 거의 품지 않고 자라왔는데, 새언니가 생긴 이후 언니가 있는 사람들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써보는, 언니와 오빠, 무엇이 다른가.


(1) 연애 상담은 어떤 식으로 하는가

- 오빠: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뭐하는 놈인데?"이다. 일단 자연스럽게 '놈'으로 격하시킨다. 남자보다 내가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으면 열받아한다. 그 남자랑 잘 되는 법 있냐고 물어보면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라며 강하게 키운다. 대신 망하고 오면 치킨이랑 맥주 혹은 삼겹살과 소주를 사준다. 그런데 뭔가 묘하게도 자기가 더 많이 먹고 자기가 신나서 취한다. 

- 언니: 일단 남자의 사진을 본다. 만약 잘생겼으면 잘생김에 대한 예찬을 함께 해준다. 그러다 가끔 오빠 눈치를 보며 '자기가 제일 잘 생겼지~'라고 한다. 그 남자를 꼬시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준다. 예쁜 옷 입기, 추천 패션 스타일, 이럴 때 예쁘더라 저럴 때 예쁘더라 등등. 망하고 오면 옛날 결혼 전에 언니가 망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위로해준다. 


(2) 연락의 내용은 주로 어떤 것인가

- 오빠: 푹 아이디 비밀번호 물어보기, 넷플릭스 아이디 비밀번호 물어보기, 티빙 아이디 비밀번호 물어보기, 화나게 한 사람 욕한 뒤 "짜릿해! 역시 내 동생이 최고야!"하기, 엄마 계좌번호 물어보기, 아빠 생신 물어보기 등

- 언니: 패밀리 세일 링크 보내주기, 또 다른 브랜드 패밀리 세일 링크 보내주기, 또또 다른 브랜드 패밀리 세일 링크 보내주기, 가방 디자인 골라달라는 요청하기, "이거 선물해줄까 세일하는데?"라고 물어보기.

이것저것 보겠다는 의지
이것저것 사겠다는 의지


(3) 나에게 칭찬/비판은 어떤 식으로 하는가

- 오빠(칭찬): 유소년 코치의 말투로 "장하다 내 동생!" "역시 내 동생이 짱이야!" "자랑스럽다, 내 동생!"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자랑스러운지, 어떻게 짱인지, 왜 장한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함정.

- 언니(칭찬): "오늘 블러셔 색깔 너무 잘 어울린다~", "앞머리 자른게 더 예쁘다~ 그치, 여보~" "오늘 원피스 예쁘다~" 아주 적확하게 과녁을 꿰뚫는 썸남 표본 스타일의 칭찬(이지만 언니는 여자자나.. 그것도 오빠의 여자ㅠ)

- 오빠(비판): 유소년 코치의 말투로 "멘탈에 왜케 약하냐?" "잘못한거 알고 있지?"

- 언니(비판): 유소년 코치의 말투로 혼내는 오빠를 말린다. "여보.."


- 2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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