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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고나 Jul 09. 2024

소상공인 랩소디

노래하는 배달부

7월의 이른 아침. 이른 아침인데도 땀이 뻘뻘 날 정도로 후텁지근 덥고 습한 날씨다. 


장마철의 더위는 묘한 끈적거림으로 사람의 기분을 텁텁하게 만든다. 날씨부터가 썩 유쾌하지 않은데, 주방에서  화구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후끈 마주하게 되면 아침부터 감정의 컨디션이 영 좋지 않게 된다.


별거 아닌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난다.


튀김가루가 잘 안 섞인다거나, 콩나물 봉지의 매듭이 잘 안 풀리는 것 같은 그런 지극히 사소한 일에도.


혼자서 씩씩 거리며 신경질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무슨 노래인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흥겨운 노랫소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들려오는 바퀴소리.


- 드르륵. 드르륵.


짐수레의 바퀴소리. 


"안녕하세요!!!!"


큰 소리로 인사하는 아저씨의 목소리.


'아. 마트에서 배달 왔구나.'


기존에 안경을 쓴 마트 배송 기사님이 배달을 왔었는데, 얼마 전부터 머리를 빡빡 깎은 기사님이 배달을 왔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제가 여기 담당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씩씩하고 활기찬 목소리.


당당한 모습에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더운 날씨에, 20kg 쌀을 나르고, 무거운 업소용 기름통을 나르고, 말통 초장을 나른다.


뜨거운 햇볕과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로 후끈 달아오르는 지열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는다.


"수고하십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돌아간다.

   

웃음도 전염이 된다. 돌아서는 아저씨를 보며 짜증났던 마음이 풀리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도 무거운 짐을 나르며 즐거워할 수 있는 아저씨처럼


작은 가게에서도, 더운 주방에서도,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많다. 그냥 즐거워 할 것들 사이에서 내가 짜증을 내고 있을 뿐.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열기가 후끈거리는 주방으로 들어서며, 바다 마을 다이어리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걸 보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내가 기뻐.'


이 세상 대부분의 일은 모두 아름다울 수 있다. 단지, 일상에 지친 내 마음이 아름다움에 때를 묻혀 바라보기에 아름다움이 가려졌을 뿐.







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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