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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은 Nov 07. 2023

나의 글쓰기 라이프

아이들과의 부산스러운 아침이 지나가면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나가곤 했다.

글쓰기, 독서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직장처럼 나갔기 때문에 "글쓰기가 직장입니다"라는 타이틀도 쓰고 있다.

그것이 한 달쯤 지나고 나니, 글을 쓰는 행위자체가 일과가 되어버렸다.

카페로 나갔던 건, 집에서는 집안일들이 눈에 밟혀서 언제나 글 쓰는 일이 뒷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침상을 깨끗이 치운 식탁이 나의 작업공간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카페는 집안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사실 그 소음들을 뚫고 집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뒷전이 되어버린 집안일이 쌓이게 되는 단점이 있었다.

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바라는 바가 아니었으므로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글쓰기 습관이 잡히고, 집에서 글쓰기 관련 작업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집안일을 했다.

김익한의 <거인의 노트>라는 책을 보면, 작가가 권하는 글 쓰는 법에 집안일을 휴식시간으로 삼는 내용이 나온다.

집안일이 어떻게 쉬는 게 되겠냐고 하겠지만, 해보면 아주 괜찮은 리프레싱이다.

쓰다가 막히면 더 고민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빨래를 개거나 국하나를 끓인다.

집안일만큼 하면 표시가 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 해놓고 나면 즉각적인 보상을 받은 듯 만족감이 든다.

아직 초등저학년인 아이가 집에 오면 항상 엄마가 있다.

카페로 나가있을 땐, 남은 커피가 아쉬워서 곧바로 하교하는 아이를 학원으로 바로 보내곤 했는데, 글작업이나 집안일로 휴식을 취하다가 아이가 오면 웃는 얼굴로 맞이하게 된다.

하릴없이 오전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가 올 시간이 되면,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던가?!" 하며 아쉬워하던 날들을 생각해 보면, 의미 있게 꽉꽉 채운 오전시간이 충만한 느낌을 주기에 하교하는 아이에게 좀 더 너그러울 수 있는 것 같다.


글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하루종일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의미부여를 하게 된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러다 보면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고,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무의미해지는 하루가 없다.

특히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뼛속까지 I인 나에게 온전히 혼자만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글쓰기 라이프를 대신할 것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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