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택시 기사님께서 인생의 답을 찾아 준다
최근 몇 개월간 나의 삶은
이제 무슨 일인가 싶은 일들의 연속이였다
딱히 평범한 적도 없는 인생이였다
그래서 보통의 삶이 얼마나 어렵고 고마운지를
너무도 잘 아는 나였다
그런 나였는데도
그런 인생이였는데도
최근 몇 개월은 난이도가 높은 롤러코스터를 탄듯
가파르게 오르내렸다
지금의 변화들이 신이 주신 기회인 것 같기도..
지금까지 내가 감당하고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아픔이 내 마음을 쥐어 뜯었다
나라는 사람은 그랬다
태어나기를 나를 숨길줄 모르는 사람이였다
너무 투명해서 속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이는
보이는 그대로의 사람
...
물론 그것 때문에 상처받고 이용당하고 배신당하기도 했다
철저히 숨겨야지..
절대 나를 들어내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그 누군가에게도 투영할 줄 모르는 사람이였다
그래서 바보처럼 사람을 믿고 또 믿고
결국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야 마는 그런 사람이였다
그러다보니 그 어느곳을 가더라도 나의 모습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에서 만큼은 그래서는 안되는거였다
몰랐던 것도 아닌데..
나를 찾아간다는 그 행복감에 너무 심취해서
나를 통제하지 못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직장생활 몇 개월 안되어 결국 한 사람에게 된통 당하게 되었다
난 생각했다
빨리 겪어서 다행이라고
매사를 이런식으로 생각하고 털털 털어버리는 나였다
나는 그 어떤 나쁜 일, 절망적인 상황에도 털썩 주저 앉는 법이 없었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의 상처가 아예 없는 것 아니였다
하지만 '해학의 민족'답게 나의 상처와 아픔, 고통, 슬픔...
그 모든 것을 '해학'으로 표현하는 나였다
물론 실제 마음속으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였다
조금의 틈을 보이는 것도 어쩌면 위험한..
사회라는 곳은 정글과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회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하지않고
기여코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야 말았다
모두가 말렸다
네가 상처받을지도 모른다고
누군가는 그걸 이용해서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맞는 말이였다
그리고 그걸 가장 잘 아는건 당연 나였다
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도
43살의 나이가 된 지금까지..
난 여전히 그대로였다
물론 심성이 착하고 악의가 없는 사람들은 나를 좋아했다
힘든일이 있거나 우울할 때 내가 생각난다며 찾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그 아무에게도 자기 얘기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나에게만은 입을 여는 일도 많았다
나는 그게 좋았다
내가 그런 사람일 수 있는게 행복했다
나이는 43살이나 먹었지만
사회에서는 그냥 햇 병아리 일뿐인 나는 고민에 빠졌다
분명 직장동료들에게 이미 다 틀켰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들어내는건 멈춰야하나..하는 고민이였다
그런데 그 생각만으로도 내 마음에는 우울감이 찾아왔다
그런 다짐을 한 얼굴로 출근하면,
분명 다들 내가 필히 무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 마져도 결국 감추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나이기 때문이였다
이런 고민과 함께 복잡한 심경으로 택시를 탔다
집에 오기까지 15분 남짓한 시간이였다
택시 아저씨는 54년생이셨고 지금 일을 30년도 넘게 하셨다고 했다
그런분이 나에게 손님 같이 투명하고 맑은 분은 처음이라고 했다
택시 아저씨와 처음 만났는데도 아무런 거리낌도 막힘도 없이 대화를 했다
말이 잘 통하기도 했고
인생의 연륜은 무시 못하는데다
불특정한 다수를 대하는 직업을 가진 분이였기에
분명 '사람보는 눈'이 남다를 것이였다
저는 이렇게 다 보이는 사람이라 너무 고민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벌써 뒷통수를 호되게 맞았다고
택시 아저씨는 말했다
"그런데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쁜거 아니에요?"
너무도 당연한 말이였는데 내 심금을 울렸다
오히려 내 가족은.. 내 친구들은.. 나를 잘 아는 주변의 지인들 모두
내가 받을 상처가 너무 걱정되서 다들 나를 만류했었다
오늘 하루종일 울고 웃고 화내며
나 조차도 내가 찾는게 뭔지 몰라 애태게 찾고 있었던 그 답을
15분 남짓 밖에 대화하지 않은 택시아저씨가 찾아준 것이다
"손님이랑 대화하는게 너무 즐거워서 차라도 한잔 마시고 싶네요."
나도 동감이였다
스쳐지나가는 사람이지만 인생의 선배로써 나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해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사이 택시는 집 앞에 도착했고
나의 현실은 그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였다
아마도 지금 이 택시아저씨는 다시는 만나기 힘들 것이다.
"인연이 되면 또 만날일이 있겠죠. 감사합니다."
택시를 내리며 아저씨에게 건낸 인사였다.
이야...
택시 아저씨가 아무리 나이가 많으시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을 대하는 일을 오래하셔서 필히 사람보는 안목이 다를 만한 분이라고는 하지만...
15분의 남짓한 시간만으로도 내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마는
나는 그럼 사람이였구나
택시 아저씨는 어쩌면 나와 같은 사람이였던 것이다
상처를 받아도, 공격을 당해도, 때론 이용당하고 배신당할지언정
내 생긴대로 사는 것이 나의 행복이란 결론을 얻고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 하나로 한결같이 살아오신 것이다
택시기를 30년 하셨으니 얼마나 험난한 사람들이 많이 지나갔을지 충분히 상상히 되는데도,
'감사합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진심을 다해 기도했다.
(지금은 종교가 없지만 나는 뜬금없이 마음속으로 기도하거나 묵상을 한다.)
'결국은 제게 답을 주시는 군요.'
아무리 수만번 다짐을 해도
셀수도 없는 상처들이 나를 베듯이 지나가도
나는 결국,
한결같이 그렇게 살고야 마는 사람이란 것을..
우리는 가끔 나처럼..택시아저씨에게서 인생의 답을 얻는다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이기에 때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털어놓기도 한다
특히 오늘 만난 택시 아저씨는
아무리 잠깐 스쳐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진심을 다해 말하는 사람이였던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였기에.. 서로는 느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만났던 사람처럼 이야기 할 수 있었겠지...
다행이 지금 다니는 직장에 딱히 나쁜 사람은 없어서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내 믿음도 내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서야 직장 동료들이 내 말에 그렇게 다들 잘 웃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알고보면 나이도 나보다 다 어린 직장동료들이였다
나는 나이만 많았지 사회인으로써는 이제 막 사회생활하는 새내기 같았던 것이다
분명히 어디서 때가 묻어도 묻었을 만한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도 순순하고 티 하나 없이 맑은 모습이
그들을 웃음짓게 한 건 아니였을까?...
나는 이제서야 마음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나는,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의 삶을 살아내고야 말 것이라는 것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