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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삶이 뭘까에 대한 숙제

'맞는 것'은 없지만 '선택'은 존재한다

by Heana

아이가 가장 우선순위이고

아이에게 집중하며 선택하는 삶도

쉽지는 않았지만 목표가 정확했기에 '선택'에 대한 어려움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내 자신을 위해

신이 우선순위가 되어 선택한다는건

너무나 낯선 일이였고

나를 위한다는게 도대체 뭔지

찾기조차 어려웠다


내 자신만 생각하면 된다는거

위하면 된다는거

분명 '이론'으로는 좋은 일인데

마냥 좋지만도 않았다

그 모든 것에 장점과 단점이 있듯

이 삶도 그랬다


나는 지지고 볶더라도

가족들과 부딪히고

때론 웃고 때론 싸우고

각자 또 따로 살아가가는 것이 삶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내 생활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뭘 붙들고 살아야할지 모른다는 건

나에게 '공항처럼 느껴졌다


이혼 전 분가를 먼저 했지만

전세로 산 집의 문제로 이사를 다시 해야했다

분가를 하고 얼마 안되어 직장을 관두고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되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너무 많은 것이 변화했다

내가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준이 아니였다


분가하면서 나간돈도 많았고

변호사 비용 할부가 아직 까마득히 남아있었지만

당장 내가 하는 일은 월급이 작았다

그 월급으론 카드 할부 갚고도 모자라는 수준이였다


내 입 하나만 생각하면 되니 걱정이 아닌 것 같다가도

내가 일을 안하면 돈 벌 사람이 없다는 것

비상금 한 푼도 없는 내 현실이 불안했다


불안은 계속 마음을 급하게 했고

선택에 있어 때론 실수하기도 했다

그럴땐 그냥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있으면 좋겠지만

내에게는 자꾸 선택해야하는 시간이 찾아왔고

온전하지 않은 마음과 정신으로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하기도 해야했다


그래도 내가 운이 영 나쁜 편은 아닌지

그 선택들이 그리 다 나쁘지만은 않았다

물론 영 나쁜 선택도 있었지만 이미 돌아킬 수 없어 받아들이기도 했고

게중엔 나만 연연안하면 크게 문제 안되는 일들도 있었다

어떤 결정은 너무 급하게 한것 아닌가 두려웠는데

막상 너무 잘한 결정도 있었다

그렇기에 좌중우돌이긴 해도 중간쯤은 하고 있었다고 무방하다


책임질 사람이 없어 편안했지만

나외엔 나를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게 무서웠다


자식이 있으면 그 어떤 힘든 현실도 두려운 미래도

용기를 내고 힘을 내어 때론 말도 안되는 것들을 겪어내기도 한다

이제는 무엇이 나에게 그런 동기와 에너지를 준단 말인가?


그렇다고 다 내려놓고 '고마 편하게 살자~'하는 성격도 못 되었다

안그래도 엉망진창 볼품없는 내 현실을 자포자기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애쓰면서 살고 싶지도 않았다

뭐든 그렇겠지만 '적당히'가 가정 어려운 것이였다

'적당히'산다는게 어느 수준이란 말인가?

그에 대한 기준 또한 없었다


'이혼'을 미리 대비하고 계획하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나에게는 갑자기 내려친 날벼락같은 이혼이였다


혼자여서 느끼는 평안함과 자유로움

허망함과 쓸쓸함 외로움이 공존했다

내 모든 것이 '혼돈의 카오스'였다

그 하나도 제대로 자리 잡힌게 없었다

물론 당연한 일이였다

이제야 시작인데 뭐든 제대로 되어있겠는가


'시작'이란 말은 참 설레이는 말이다

긍정적인 말이며 희망찬 말이다

누군가는 "제 2의 인생의 시작"이라도 응원을 해준다

내 스스로도 전혀 다른 인생의 서막을 열었다 생각하지만

이토록 슬프고 무거운 '시작'이 또 있을까...


아직은 전혀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맞는 삶'이 어디있겠는가

'정답'은 없지만 우리는 끊임 없이 선택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 선택의 책임도 뒤따라오는 권리도 오직 나만의 것이다


그 누구도 내 인생에 내 삶에 간섭도 첨언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권리를 책임을 가진 이도 이젠 없다

오로지 내 생각으로 내 의지로 내 노력과 행동으로 만들어가야하는 인생이다


이제 시작이라는게 두렵고

미래를 알고 가는 사람은 없다지만

생각해본 적 없는 길이라 더욱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이 길을 가다 닿을 곳도 닿을 사람도 알 수가 없고

아직은 희망보다는

내가 다시 제대로 내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순 있을까

자리 잡힌다 느끼는 때는 언제쯤일까 하는 두려움이 더 크다


나는 다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 자신을 위해

나를 보는 아이를 위해

나 때문에 같이 아픔을 겪었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꼭 보여주고 말 것이다


'이혼'이란 아픔을 딛고

어떻게 일어나는지

더 나은 삶으로 어떻게 향해 나아가는지


그렇게 걸어간다

오로지 내 혼자 만의 삶 이 길을



글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돌싱이된 이후의 삶 이야기로 9월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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