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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장례식에 가지 못했던 이유

by 스몰빅토크

나의 아버지는 첩의 자식이었다. 친할아버지는 본처가 따로 있었고 자식을 4명 정도 두었다고 알고 있다. 친할머니를 두 번째 아내로 맞이해 5명의 자식들을 뒀다. 그 5명의 자식 중 막내가 나의 아버지다.


그 시절엔 꽤나 흔한 일이라 했다. 남성이 여러 명의 부인을 두는 것은. 지금도 뭐 흔하다면 흔하다. 여러 형태의 불륜과 정글의 세계를 방불케 하는 짝짓기가 존재하니 말이다.



할아버지에겐 두 명의 아내 외에도 많은 여자친구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지역의 시장 전체 유통을 담당하는 사업을 하셨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당시, 가문에는 큰돈이 있었다고 엄마는 기억했다. 그의 정체 모를 여자친구들이 별장을 짓네, 사업을 하네 하면서 야금야금 갉아먹기 전까진 그랬다는 말이다. 배 다르게 태어난 11명의 자식들이 아버지 재산을 이리저리 찢어먹기 전까진 아마 지역의 소문난 유지 정도는 됐을 거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죽고 나자, 모든 것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첩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할아버지의 장례식조차 가지 못했던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다. 그의 눈빛이 무서웠고, 집안에는 발목펌프니 지압기니 하는 각종 건강기구들이 즐비해 있었다는 것 외엔 별다른 기억이 없다.


뜬금없이 가정사를 털어놓는 이유는 자산을 지키는 방법은 가문을 지키는 방법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한 사업을 일구고 큰돈을 벌어들인다 해도, 집안 꼴이 콩가루고 가족들이 쌈박질만 해대면 그 집안은 영화 <기생충> 속 기우네 집안보다 못하다. 적어도 기우네 집안은 가족 네 명이 똘똘 뭉쳐 뭐라도 해보려 하지 않았는가. 네 가족이 마음을 맞춰 사기를 치니 결국 부잣집에 취업도 하고 일자리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한항공이라는 기업이 있다. 물론 지금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기업의 명성과 이미지는 예전만 못하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항공을 떠올리면 그 집안사람들의 여러 추태들이 떠오른다. 대표적으로 땅콩 회항 사건, 직원을 향해 꽥꽥거리던 재벌가 사모님의 음성과 까면 깔수록 나오는 갑질 사건 등이다.

조중훈 회장이 1945년에 설립한 한진상사는 한국전쟁 때 미군 군수물자 수송 사업으로 성장해 1969년 정부로부터 적자로 운영되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했고, 사업분야는 한진해운, 한진택배 등 물류와 운송 분야로 넓혀갔다.


조중훈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고, 장남 조양호 회장이 기업을 승계했다. 조양호 회장은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여자 보는 눈이 없어서였을까. 결혼도 잘못했고 집안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부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화를 갖고 살아갈 줄이야 일반 사람들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궁금하신 분들은 유튜브에 ‘대한항공 갑질’을 검색해보시길. 다채롭게 자료가 나온다.)




성향이 너무 로맨틱한 탓인지 순간의 감정이나 충동에 휩싸여 연애상대와 결혼상대를 고르는 사람들을 본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요즘은 미디어가 너무나 잘 보여준다. <결혼지옥>이나 <이혼숙려캠프> 같은 것을 보면 된다. <세상에 이런 일이>를 방불케 하는 기상천외한 캐릭터들과 사연이 나온다.


한두회 정도 보면서 지금 연애하는 이 사람과의 결혼 생활은 과연 어떤 최악이 존재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한다.


과연 여러분의 선택은 어떤가. 자산을 지키겠는가 가족을 지키겠는가.


둘 다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가족이라곤 단 한 명도 없이 자산가가 되는 사람은 없고, 땡전 한 푼 없이 가족을 지켜내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남자의 인생이 고달프고 쓰다. 여자들은 이걸 인정해줘야 한다. 결혼한 여자들이 해야 할 것은 자신이 선택한 남자의 자산과 가족을 지키는데,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 결혼을 앞둔 남자들이 해야 할 일은 자기가 선택할 여자가 과연 그럴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결혼한 여자가 가문의 자산과 구성원들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


- 집안의 소중한 자산을 사치나 과시로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 것

- 가문을 이어나갈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는 것

-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의 목표치를 이뤄나갈 것

- 본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건강관리에 최대한 힘쓰는 것

- 가족을 이룬다 하더라도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고 계속 사회와 자본을 공부하고, 배워 나가는 것

- 가족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경제관념이 있는 남자를 만나, 저런 여자가 함께 산다면 자연스럽게 돈이 벌리고 자산이 모인다. 평균치 이상으로 잘 살 수도 있다. 이건 내가 해봤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살면 인생이 풍요롭다. 남편과 아내가 다툴일이 거의 없으며 감정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안정적인 가정이 뒷받침되니 일과 육아도 더 능률이 나온다.


나의 할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그의 가문을 지켜내고 그가 창업한 회사는 지금쯤 더 부강한 사업체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그는 그의 인생을 즐겁게 살았으니. 나라도 잘 살아내 나의 후대에 많은 유산을 물려주는 수밖에.


https://www.youtube.com/watch?v=WaSy8yy-m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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