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에 다른 걸 하고 싶다
우리 부부가 다니는 가족 상담실의 선생님은 딸 둘과 아들 하나, 모두 셋을 낳아 키우셨다고 했다. 그녀가 후회하는 유일한 게 있다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한 명 더 낳아 네 명의 자식을 꾸릴 걸, 하는 점이다. 입양까지도 생각하셨다고 한다.
우리가 선생님을 처음 찾아간 건 6개월 전이었다. 부부상담 때문이었다. 남편과 함께 16회기의 상담을 다녔다. 그 회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 부부는 조금씩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진단은 마지막 회기에서 던져졌다.
마지막 회기였던 그날, 아이를 어디에도 맡길 데가 없었다. 상담은 늘 주말에 진행했다. 기댈 곳은 양가 부모님밖에 없었는데, 그날따라 양쪽 다 사정이 있으셨다. 어쩔 수 없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갔다. 다행히 딸은 유모차에만 태우면 잘 자는 아이였다.
그런데 아이는 상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잠에서 깨버렸다. 그리고 다시 잠들지 않았다. 우리는 평소처럼 50분 부부상담 회기를 가졌고, 그 동안 아이는 상담실을 헤집으며 두 어른의 대화를 곁눈질했다. 간식을 먹기도 하고, 책장에서 장난감을 꺼내 놀기도 했다. 회기가 끝나갈 즈음 김 선생님이 아이 쪽을 한 번 보더니 말했다.
"오늘은 안 자네요. 혹시 10분만 더 시간 되시면, 부모님 두 분이 아이랑 노는 모습 잠깐 봐도 될까요. 사실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어요."
선생님은 책상 서랍에서 작은 피규어들을 한 무더기 꺼냈다. 곤충과 동물들로 이루어진 알록달록한 피규어들이었다. 선생님은 그것들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딸에게 말했다.
"이것들 중에서 가장 엄마 닮은 걸 골라볼래. 그리고 아빠 닮은 거랑, OO이 닮은 것도."
아이는 주저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엄마라고 고른 건 쇠똥구리였다. 아빠는 무당벌레. 자기는 날렵한 상어였다.
"왜 이걸 엄마, 아빠, OO이라고 골랐어?"
"어… 예뻐셔."
선생님은 그 피규어 셋을 아이의 손에 맡기고 다시 물었다.
"얘네들이 이제 엄마, 아빠, OO이야. 그러면 얘네들이 어떻게 있을 때 OO이가 제일 행복할까?"
그러자 아이가 엄마와 아빠 사이에 자기 상어를 끼워 넣었다.
"오, 이렇게 있어야 OO이가 가장 행복하구나."
선생님이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제 셋이 이 피규어로 한번 놀아보세요."
그렇게 놀이는 시작되었다.
10분 정도였다.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우리 셋은 피규어들을 옮겼다 놓았다 했다. 딸이 자기 상어를 엄마 쇠똥구리 곁에 가져다 대면서 "엄마, 날아!"라고 했고, 나는 "응, 같이 날자"라고 답했다. 남편이 무당벌레를 책상 가장자리 쪽으로 옮기자 딸이 "아빠 어디 가?"라고 물었고, 남편은 "잡아먹으러 간다"라고 장난스럽게 답했다. 그렇게 10분이 흘러갔다. 어떤 장면도 길게 남아 있지 않다.
선생님은 나에게 차를 한 잔 따라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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