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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Jul 28. 2024

정 많은 아이. 쪼물딱 (1)

기초학습은 1인당 주 2회, 1:1 개별지도로 아이에게 맞춤형 수업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담당샘이 수업에 필요한 교재는 2.3학년은 국어와 수학문제집, 5학년은 수학만 준비해 줬다.


처음엔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되, 보조로 문제집을 요구했으나 교과서는 학생인원수에 딱 맞게 공급되어 곤란하다며 대신 문제집으로 대체하자고 했다.


학생들의 수준을 모르니 전년도 단계로 사달라고 했지만 직접 고른 게 아니라서 지도하는 내내 수준차이가 나서 한 아이를 제외하고 다섯 명 모두는 어려워했다.


아이들은 국어와 수학보다는 체육과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데다, 정규수업도 지겨운데 주 2회 1시간씩 정규수업 외 따로 수업을 받아야 하니 죽을 상이 었다.


그 얘기 날 환영하지 않는, 조금은 억지로 끌려와 수업을 해야 하니 짜증을 내거나 집중도가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물론 상위급이지만 공부욕심으로 온 아이 딱 한 아이를 제외하면 ㅜㅜ  


다행히 수업에 온 아이들 여섯 명은 모두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저학년은 돌봄시간을 빼서, 중. 고등학년은 방과 후 시간을 빼서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그만큼 부모들이 아이들의 수준을 인지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도시 언저리에 있었지만 전통적인 농촌학교로 학급당 인원이 4~5명뿐인 데다 시험도 없는 상황이라보니 아이들의 준을 측정하기 어렵고, 그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학부모 많다고 했다.






쪼물딱은 기초학습 보충을 받는 여섯 명의 남자 아이중 맨 처음 만난 아이다.

사전에 담당교사에게 받은 설명은 집중이 안되고 멍 때리며 혼자 겉도는 아이라고 했다.


읽기도 단어형으로 더듬거리 독해력은 전혀 안된다고 안내를 았다.

수학에 대한 덧. 뺄셈기초가 안되고 집중도가 떨어져 또래 아이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단다.


첫 수업인 데다 기간제를 끝낸 지 만 6이 지 만나는 상황이라 설렘반 걱정반으로

만났는데 첫인상이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특성을 알아내는 것은 2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코딱지를 떼서 조몰락거리다 먹기.

엉덩이가 간지럽다며 바지 속에 손 넣고 박박 긁기(날씨가 더워 간지러운 듯).

그 손으로 내 손과 팔을 연신 주르기(좋다는 표현으로)... 으악!!!

푸우푸 거리며 침 내뱉기 등...


내 수업방법은 바로 옆에 앉아서 오른손잡이는 왼쪽에, 왼손잡이는 오른쪽에 앉지만 의도적으로 마주 보고 앉는 아이는 쪼물딱뿐이다.

그렇지 않음 내 팔 한쪽은 쪼물딱의 침이며 코딱지의 놀이터가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가끔씩은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침방울을 만들어 손으로 터뜨리고, 콧물을 찌익 늘어내고, 볼일을 보고 뒤처리가 시원찮아서인지 바지 속에 손을 넣고 엉덩이를 박박 긁어대는 그 행동이 장난이 아님을 알고 난 후부터는 자주 손을 닦게 하고 물티슈를 준비하는 수밖에.


쪼물딱이란 닉네임은 하도 조물조물 만져서 내가 붙여준 별칭이었다. 물론 입 밖으로 표현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 보다 더 심한 건 집중 10초도 안되어 의미 없는 말로 혼자 중얼거리는 거였다.


의미 없는 대화를 하는 아이는 그동안 딱 2명을 봤고 둘 다 달장애와 자폐진단을 받은 아이들이었다.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2~3학년 때 전문특수학교로 갔었다.


쪼물딱은 전문진단은 아직 받지 않았고, 2학년에 올라오니 눈에 띄게 돋보였고, 손길을 거부하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수업 시작부터 끝까지 교사의 손과 팔을 주무르고, 잘 안기고 웃음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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