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의 뽀글이 파마 지적에 의기소침했어도 d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d는 또래보다 큰 키, 다부진 체격에 조인 0을 쏙 빼닮은 3학년 훈남이다.
동물에 대한 상식이 해박하고, 특히 악어홀릭이라 할 만큼 관심이 많았다.
악어 스티커를 갖고 오고, 악어 퍼즐을 만들고, 악어 장난감을 좋아하고, 악어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두 눈을 반짝 거린다.
악어는 늪이나 강, 호수에서만 사는 줄 알았는데 바다에도 악어가 살고 있고, 바다악어는 악어 중 가장 크고 힘이 세다는 것도 d를 통해 알았다.
d는 악어뿐 아니라 뱀, 공룡, 독수리 등 포유류든 양서류든 조류든 모두를 좋아했고 관심도 많았다.
바람직한 가정환경 속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티가 뒤룩뒤룩 났다.
혜택이 좋은 시골 농촌학교라서 부모가 사업에 실패해서 귀농했거나, 이혼한 한부모 가족 또는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 손에 자라는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태반이다 보니 솔직히 교육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d는 아버지가 유명 대기업에 근무하고, 엄마는 특수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자였으며 아래로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는 환경을 갖고 있는 아이 중 한 명이었다.
동생이 있는 다른 아이들처럼 동생과 싸우면 부모님이 " 형이니 참아라" "형이 왜 동생하고 싸워" 하는 소리를 가장 싫어했고 그런 동생이 얄미워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동생과 싸우고 형이라는 이유만으로 혼이 났을 때는 너무 화가 나서 가출도 3번이나 했단다. 3학년인데 벌써 가출이 3번이라니......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그리고 3학년에 올라와서 한 번씩이란다.
가출은 하교를 하고 집에 가야 할 시간에 국도변을 따라 무작정 걷거나, 뒷 산 언덕에 죽치고 있다 돌아오는 게 다 란다. 3학년 다운 발상이지만 부모님이 깜짝 놀라 애타게 찾기를 바라며 한 행동이라니.
대부분 아파트에 사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여름에만 사용한다는 야외수영장이 있고, 뒷마당에 텃밭이 있는 단독주택에 산다고 했다.
책 읽기도 좋아하고 대화도 잘 통하는 아이였지만 엄마의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문제를 하나라도 틀리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불안해했다.
성격도 급해 한 번 더 확인해 보면 정답을 쓰지만, 한 끗차이로 오답을 적는 걸 아이도 잘 알고 있었지만 성격이 쉽게 고쳐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도 했다.
오답을 적을 때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라고 하면 그제야 확인하고 수정을 하니 안타깝기도 했다.
최근 몇 주간 수업 중 유달리 하품을 하길래 물어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렇단다. 으응???
그 나이엔 등을 대는 순간 잠드는 게 아닌가???
하지만 사연은 있었다.
2층 침대를 쓰는데 잠버릇이 심한 동생에게 아래층은 양보하고, d는 2층을 쓰는데, d표현에 의하면 방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엄청 큰 창문이 있는데, 커튼이 없어 누가 들여다보는 것 같아 무섭단다.
대문이 없는 단독 주택이라 더 무서워하는지 모르겠지만.
비가 많이 와도 빗 줄기에 놀라 깨고, 천둥이나 번개를 치면 그 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와 잠을 못 이룬단다.
더구나 엄마가 출장으로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자던 밤.
아버지가 숨바꼭질을 한다며 아이들과 놀다가 처녀귀신이 있다며 d를 방에 가두고 문을 못 열게 장난을 친적이 있단다. 아이고오~~ 아버지.
그 후론 귀신이 있을까 무섭고,
창문에 비치는 그림자가 무섭고,
천둥이나 번개가 치면 그날 밤은 무서워서
밤을 꼬박 새운다니 아버지는 이런 아이의 마음을 알까???
아버지께는 무서워 잠을 못 자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는 말에 진지하게 얘기를 해보라고 했다. 지나가는 말로 하면 또 장난으로 받아들일 테니 그때 정말 무서웠다며......
별스럽지 않은 얘기에도 아이들은 깊이 새겨듣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