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사도섬 여행 (3)
섬에 갈 때에는 섬에 누가 살고 있을까?에 대해 가장 궁금하다.
어떤 이유로 섬에서 살게 되었을까?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꼭 나에 대한 질문 같아서
사도섬에 와서 처음으로 혼자 걸어보는 길이다.
할아부지 어디 가시나요??
따라가 봐야지!
공.. 공동묘지*_*
사도섬에는 공동묘지가 많다. 그러고보니 젊은 사람들은 하나도 눈에 띄지 않고
길을 가는 어른들은 모두 고요하다. 아주 고요하다.
(실제로 사도섬에 거주하는 어른들은 일본 사회 곳곳의 사람들이 그렇듯 예전에는 열심히 사도섬의 산업을 일구고 사셨지만 지금은 연금을 받아 조용하고 평안하게 생활하고 계시다고 한다.)
고요한 사도섬에 장이 열렸다. 오하이요 고자이마쓰! 하고 맑게 인사하는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꽃을 사는 아주머니도 구경하고, 직접 만든 소쿠리를 가지고 나와 파는 아저씨도 구경해 본다.
풀빵 같은 것이 있어 사먹으려고 아주머니들 사이로 줄을 서니
아주머니들이 젊은 사람인 나를 의아하게 여겨 와따시와 간코쿠징 데쓰라고 그나마 자신 있는 일본어를 건네 본다.
눈짓 손짓으로 사도섬에는 왜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없냐고 물으니
모두 일하러 도시로 떠났다고 하신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 두 분의 뒷모습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헬머니>라고 김수미 아주머니가 한국의 강인한(?) 욕쟁이 할머니 역할을 연기하셨는데
여기 할머니들을 나는 "할모니"라고 부르고 싶다.
여기 할모니들은 한 마디로 너무 귀여웁다! 사도섬의 아기자기함이 역시 사람에게서 나오는 거겠지.
겉으로 보기엔 세월이 할머니들을 거칠게 흘러간 것 같지 않다.
왜소한 체구이지만 온화한 분위기 때문에 원초적인 여성성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진짜 예쁜 여성을 발견했다!
소녀 나나코
휑한 논길을 걷는데, 멀리서 교복을 입은 소녀가 걸어오는 것이다
곰방와 하고 인사를 건네니
수줍게 웃으며 답해준다.
더 말을 이어가고 싶을땐 역시 와따시와 간코쿠징이라고 나를 소개한다.
소녀도 한국 사람을 좋아한다고 대답해 준다.
몇마디 말을 더 이어가보니 소녀는 사도섬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집에 가는 길이 좀 멀어서 한 시간 정도 더 걸어야 된다고 한다.
시원한 음료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흩날리는 머리칼이 이미 시원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사진으로 대신했다.
지금 다시보아도 나나코는 참 예쁘다.
누구 답지 않고 나나코 답게 예쁘다.
사도섬 거리의 풍경과
집 앞에 쭈그려 앉아 오징어를 다듬고 계시던 사도 할모니
소녀 같이 수줍게 웃으셔서 나나코가 생각났다.
나나코는 나나코답게 사도섬에서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