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 5일. 다짐.
나의 보람과 기쁨에게 하는, 다짐
제목까지는 간신히 마무리를 지었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까 문장의 마무리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 -습니다, 로 끝낼지 ~이에요, 로 끝내는 게 맞는 건지 그런 고민부터 들더라고. 이런 마음을 알 게 되려나.
다음 문단에선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찰나에, 나의 보람은 신세계 3만 원 상품권 교환이 이번 주 금요일까지라고 알려주네. 그럼 이제 이번 주 어떤 시간에 보람이와 함께 다녀와야 하는지 생각을 하게 돼. 우리에게 가장 편리한 시간에 또 보람이가 가장 힘들지 않을 방법으로. 기쁨과 함께하는 보람은 늘 평온한 상태는 아니거든. 잘 웃다가도 잘 먹다가도 잘 못 먹다가도 잘 울다가도 해.
그렇게 40주야. 보람과 기쁨이 같이 노력하는 시간이. 먹고 마시고 울고 웃고 화내고 행복해하고 걱정도 하고 안도도 하다가 맞이하는 순간까지. 그리고 나는, 그걸 옆에서 온전히 지켜봐 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 대체로 모든 시간에 나는, 내가 무엇을 하면 최선의 결과를 얻을지 고민하는 사람인데 이 고민에선 내가 할 수 없는 게 별로 없는 거야.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별로 없는 건 아닌데 뭐랄까. 아무리 노력해도 제 3자의 역할에서 아등바등하는 것밖에 안 되더라고. 물론, 그것도 충실히 잘하는 게 엄청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서 생각했어. 그럼 나는, 나의 기쁨과 보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으쌰 으쌰 하는 동안에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그러다 보니 다시 떠올리게 되더라. 40주. 40번의 일주일. 아, 그 기간 동안에 내가 나의 보람과 기쁨에게 좀 더 나은 존재가 되면 좋겠다라고. 그게 내가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이겠구나 싶어서. 그래서 좀 더 건강한 습관을 몇 가지 만들고 지켜봐야겠다고, 다짐했지.
그런데 사람은, 한 번에 갑자기 변화하면 안 좋은 일을 당한다는 설이 있어. 사실 한 번도 이게 맞는지 확인해본 적은 없는데. 왜냐하면 그렇게 한 번에 갑자기 변한 사람을 본 적이 없거든. 그렇게 노력해서 변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저런 말을, 핑계를 지어낸 게 아닐까, 싶지만. 그리하여 나도 점진적으로 습관을 늘려가기로 했는데 (이럴 땐 남의 말을 잘 듣는 성격 같기도 해), 그중에 하나는 벌써 지난주부터 시작했거든. 8시에 출근하기. 부지런한 일개미에서 슈퍼 일개미로의 변화랄까. 나는 하루에 한 끼는 보람과 같이 밥을 먹고 싶은데 그렇다면 저녁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래서 내린 선택이고. 그다음은,
바로 이거야, 글쓰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이렇게 무엇이라도 써보려고. 그것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할 테고 때로는 보람과 기쁨의 이야기이기도 할 거야. 그럼 이제 9주 차니까 적어도 32편의 글이 나오겠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매우, 무척, 좋아하는데 그 마음만큼 꾸준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지 못하거든. 그렇지만 나의 보람과 기쁨에게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마도. 내 기억엔 고등학생일 때 아빠가 인터넷 사이트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연재를 한 적이 있거든. 그걸 매주 하나씩 보는 게 꽤 쏠쏠한 재미였는데. 뭐, 그런 재미 정도는 되지 않을까. 나중에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온다면 말이야.
아,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습관 하나를 더 추가하기로 했어. 일주일에 두 번 운동하기. 그렇게 몸도 마음도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우리.
9주 5일.
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