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겨울의 일이다. 그때 나는 인생의 큰 선택을 앞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아서 매월 받아보는 학습지 회사에 진로 탐색 검사를 신청했다. 며칠 후 출판사에서 만든 검사지가 우편으로 왔다.
아주 좋아함, 좋아함, 보통임, 별로 좋아하지 않음, 좋아하지 않음.
연속된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고 내가 되고 싶은 직업 몇 가지를 적었다. 그중 하나가 라이오 방송국 PD와 엔지니어였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 방송반 활동을 했기 때문에 나중에 진짜 방송국에서 일하면 어떨까 상상하곤 했었다.
"공대진학 필요"
내가 선택한 직업 중 하나인 방송국 엔지니어가 되려면 공대를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럼 이과를 가야 하는 거네.’
고민을 하던 차에 담임 선생님께서 내년에는 이과가 학습 분위기가 훨씬 좋을 거라고 하셨다. 공대 진학은 일단 모르겠고, ‘수업 분위기가 좋을 거다’라는 말을 듣고 이과를 선택했다. 친한 친구도 이과를 가겠다고 했다.
'그럼 같이 이과로 가자!'
처음에는 이과 공부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물리 2, 화학 2 과목 진도가 나가고 수학 2까지 이과 계열 심화 과목 진도가 나가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수학과 과학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특히 모의고사에서 수학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성적표에 찍힌 점수가 곧 나의 적성을 말해주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숫자에 떠밀리듯 방향을 틀었다.
부모님께도 말하지 않고 담임 선생님께 찾아가서 문과로 수능을 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고3을 시작하면서 <이과>가 아니라 <문과> 계열로 모의고사를 쳤다. 문과 계열 수능을 치기 위해서는 문과 계열 심화 과목을 혼자 독학해야 했다. 나는 선생님들의 배려로 이과반 맨 뒤에 앉아 혼자 문과 과목을 공부했다. 아이들은 나를 이렇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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