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오는 날, 동네 유치원 아이들이 줄을 서서 걷고 있었다. 마침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아이들을 앞서지 않고 뒤따라 걸었다.
특별할 것 없는 소풍이다. 동네를 한 바퀴를 도는 것 같았다. 우리 동네는 도심이 아니라서 아래쪽으로 걸으면 작은 계곡이 있고, 위쪽 오르막길로 걸으면 숲길도 있다. 등에 매고 있어야 하는 배낭이 없는 것을 보니 점심 도시락은 유치원으로 돌아가 먹을 계획인 것 같았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야외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아이들 손에는 빙고 종이가 들려있다. 젖어 버린 빙고 종이가 속상해서 칭얼거리는 아이도 있었고, 비에 덜 젖게 하려고 비옷을 열고 한쪽 품 속에 종이를 넣고 걷는 아이도 있었다.
'비 오는 날 빙고를 찾으러 다니면 어쩐담. 젖은 종이에 표시가 되나?'
자세히 보니 손에는 연필이 아니라 작은 나뭇가지를 들고 있다. 빙고에 그려진 그림을 찾을 때마다 나뭇가지로 구멍을 뚫어서 표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에 젖은 빙고판과 나뭇가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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