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일상단상집 - 딸아, 네 눈을 지켜
노르웨이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추면
비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시력 검사는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안경을 위한 시력 검사 295 nok (37,000원)
렌즈를 위한 시력 검사 595 nok (75,000원)
운전면허를 위한 시력 검사 390 nok (49,000원)
일반 시력 검사 가격 695 nok (87,000원)
안압, 안저, 옵토맵 및 시야를 포함한 시력 검사는
무려 1,190 nok (150,000원)
예약 방문하면 좋고,
보통 45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얼마나 꼼꼼하게 하는 건지
궁금하긴 하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맨 뒤자리에 앉는데
TV 화면이 잘 안 보인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올 것이 온 건가?
결혼 전까지 나는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초 3 때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더 급격히 나빠진 눈은
- 9.5 디옵터, 초고도 근시를 찍었다.
새로운 시력을 얻게 되던 날,
의사는
시력도 ‘력’이라
보는 힘이 약하게 태어난 거라 했다.
내 아이는
머리숱도 많고 피부도 튼튼하고
시력도 좋게 태어나길 바랐는데
이기적인 유전자들
....
수업 시간에는 종이를 아낀다며
아이패드가 꺼질 틈이 없고
점심시간이 되면
멀쩡한 전등을 끄고 어두침침하게
도시락을 먹는다.
그래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쉬는 시간마다 밖으로 나가 놀기에
눈이 쉴 수 있는 틈과 틈이 자주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아이패드 빛을 극복하는
바깥놀이 덕분인지
노르웨이에는
안경을 쓴 아이들이 많지 않다.
언젠가는 딸아이의 눈에도
안경이 필요할 거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 시간이 늦게 오길 자주 바랐다.
....
시력 이야기
안과 이야기
안경점 이야기가 오가다가
갑자기 시력 검사가 시작됐다.
서로 멀찍이 서서
가구점 광고지를 들고 가격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기준은 엄마, 아빠보다
잘 보이나 안 보이나
역시나 첫째가 둘째보다
작은 글씨를 못 읽는다.
나는 어릴 때 멋도 모르고
안경을 쓰고 싶기도 했는데
첫째는 안경이 싫다고 하고
필요 없다고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자기는 안경대신 당근 먹고
시력을 되살려 보겠단다.
다행히 노르웨이 당근은
스낵 당근이라고도 할 만큼
달짝지근한 데다 아삭하다.
그녀의 강력한 의지에
엄마의 미소로 대답했다.
"그래! 당근 먹자!!"
안경보다는 당근이지.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노르웨이 일상에 긴장감을 주고 싶어서 메모를 시작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작가 소개
미니린 (노하Kim)
노르웨이와 한국,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며 살고 있어요. 어떤 일을 새롭게 기획하고, 함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엄마, 작가, 샘으로 살았고 작가 크리에이터로 살고자 합니다.
@minirin.noha
@nohakim.writer
뉴아티 글쓰기 북클럽 작가팀 : https://naver.me/xuiQO8GZ
블로그 : https://blog.naver.com/norwayfriend
책 : 노르웨이 엄마의 힘(황소북스, 2017)
초보자도 전자책 작가로 만드는 글쓰기 셀프코칭(전자책, 2023)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