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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원 Jul 08. 2017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사람과의 이별, 사랑과의 이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매일 나의 과거와 이별하며 살고 있다.

"헤어지자."

그녀가 이별을 통보했을 때 사실 나는 그것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삼촌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도 이별은 내게 어떤 의미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내게 이별은 하나 둘 조용히 쌓여갔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 

수많은 사람들과의 별다른 이유 없는 자연스러운 이별,

특정인과의 사랑이 소멸된 이별,

그것들은 계속된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이별은 대체 무엇일까?"

내일 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 때문에 잠을 설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혹은 설렘 때문에 잠 못 들기도 했던가.

하지만 내일이 온전히 내게 올지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또 내일, 이별이 갑작스레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별은 평범한 날들 중 갑자기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을 사는 존재다. 내일은 또 다른 세계다.

누구에게도 보장된 내일이란 없다.

이별에 적당한 의미를 찾고 있을 때 나는 알았다.

나는 매일 나와의 이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나간 수많은 날 들,  돌이킬 수 없는 그리운 순간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녀와 헤어지기로 했던 전 날,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아침, 나는 그날이 지나가지 않기를 바랐다. 

그 날이 지나면 우리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무참히 그날은 지나가 버렸다. 심지어 수백 번의 다른 날이 찾아왔고 지나가길 반복했다.

나는 수없이 그녀와의 이별을 하고 있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그녀와 매일 이별을 하고 또 했다.

그녀는 하루에 조금씩 내게서 떨어져 나갔고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녀와의 이별을 하고 있지 않다.

그녀의 조각이 더 이상 나에게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흔적은 이제 없다.

그저 머릿속의 해마가 기억하는 무색무취의 단순한 과거일 뿐이다. 

다만, 나는 그 시절 나의 모습을 떠올린다.

귀를 덮은 머리에 얼굴에는 울긋불긋 여드름이 나있고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누군가를 사랑했던 젊은 그 녀석을...

그녀와 이별하는 동시에 나는 하루하루 그 녀석과 이별을 했고 어느새 그 하루는 10년이 돼버렸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우리는 매일 오늘의 우리와 이별하고 있다. 두 번다 찾아오지 못할 하루가 가고 있는 것이다.

영원할 것 같던 나의 청춘은 어느새 끝자락에 와 있다. 

지금까지 오는 동안 나는 나와의 이별에 무감각했다. 이렇게 한 순간 사라져 버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아껴 쓰고 소중히 했을 텐데 말이다.

졸업 후 텅 빈 교실처럼 마음속에 공허함만이 쓸쓸히 남는다.


문득 어느 날, 매일 나와 이별하던 중.......


청춘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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