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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원 Jun 15. 2020

비행기가 사라진 하늘 위로 낯선 그리움을 띄운다.

날아가는 비행기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또 어떤 날은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립기도 했다. 

이러한 감성적 접근이 비단 나 하나였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어쩌면 당신도 그랬을까?     


비행기는 단순히 하늘 위로 지나다니는 교통수단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 추억을 싣고 다닌다.

여행, 이민, 유학에서부터 이별까지 오고 가던 비행기 안에 있던 사람들의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비행기를 탔던 때의 나의 마음은 결코  평온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아쉬웠고 슬펐으며 몹시도 그리웠다.

 뒤돌아 때론 눈물을 훔치던 날들로 기억된다.

불안정했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가장 돌아가고 싶은 삶의 순간이기도 하다.

시간, 공간, 그리고 우리의 관계는 조각되어 떨어지는 걸까 아니면 그 공간에 남아있는 걸까.

그 걸 알 길은 없을 것만 같다. 

나는 떠나고 당신도 언젠가는 떠날 테니…     

그래서 늘 그리웠고 날아가는 비행기만 봐도 코끝이 찡해지곤 했다.

그러한 비행기가 사라졌다는 것은 꿈과 희망 추억, 그리움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다.

그곳에서 나의 어떠한 챕터가 끝나기도 했고 동시에 새로 시작되기도 했다. 비행기는 그 끝과 시작을 연결하는 웜홀과도 같았다.     

푸른 하늘 위에 더 이상 비행기는 다니지 않고 사람들의 표정도 사라졌다. 그 속에 나는 그저  여러 이들 중 하나의 표정 없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한 참 전부터 2020년에 살고 있었다.     

 비행기가 사라져 하늘을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하늘 위 비행기를 보려 하지도 설레지도 않았다.

딱히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저 그리운 기억도 추억도 점점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글을 쓸 수 없었던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나의 글은 늘 어떤 그리움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떠한 표정을 가진 사람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당신에게 비친 나는 어색하게 웃는 억지 가면을 하고 있는 사람 일뿐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모두 표정을 감추고 다닌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마스크로 빌어먹을 가면을 감출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웃긴 일이다. 가면을 감추자 나는 진짜 나를 보기 시작했다. 

 때론 나 자신이 아 주 멀게만 느껴진다. 

나에게 다가서지 못하면서 누군가에 다가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의 코로나 세상은  이미 한 참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빌어먹을 코로나 세상도 나의 세계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날은 언젠간 찾아오리라 믿는다.  코로나가 끝나고 새로운 세상에 도착한 뒤 마스크를 벗는 순간 나는 간절히 소망할 것이다. 다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고, 그리고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코끝이 찡 해지는 그런 당신을향한 그리움이 나를 찾아와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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