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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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2012년 12월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나쁜 습관이 있다. 중요한 것을 팔아서 덜 중요한 것을 사버린다. 참으로 무익했다. 어쩌면 나는 하찮은 것에 매혹된 자였고 이 매혹이 나를 매일매일 놀라게 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세상의 중요한 약속들을 어기거나 포기하고 많은 것들과 결별할 때 시가 써졌다.
파의 매운 기분을 사랑했다. 온 군데 매운 파를 심어놓고 파밭에 나가 있었다. 그들은 힘껏 파랬다. 파밭에 서 있으면 쓰라린 파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2015년 여름, 파밭에서
최문자, 《파의 목소리》
말을 동경했습니다.
글을 말보다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나를 살게 한 지표들은
실은 아름다운 느낌들이었습니다.
2021년 4월
김향지, 《얼굴이 얼굴을 켜는 음악》
나는 듣는다. 듣다보면 그에게서 이런저런 감정이 흘러나와
그의 얼굴을 적시고 그가 말을 멈추고 마침내 그가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눈부시게 몸을 맡기는 것을 보게 된다.
감정이 형체를 얻는 순간은 하나의 사건.
2020년 7월
곽은영, 《관목들》
어느 여름날, 나를 키우던 아픈 사람이
앞머리를 쓸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온 세상이 멸하고 다 무너져내려도
풀 한 포기 서 있으면 있는 거란다.
있는 거란다. 사랑과 마음과 진리의 열차가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거란다.
2022년 12월
고명재,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당신이 먹으려던 자두는
당신이 먹었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2023년 6월
황인찬,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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