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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Apr 11. 2022

[30주] 10명 중 3명이 가정 출산을 하던 나라

지금 네덜란드에서는 몇 명이나 가정 출산을 할까?

30주 차에 들어서자마자 CP(Centering Pregnancy) 일정이 잡혀 있었다. 앞서 15주 일기에서 이야기했듯 조산원 동기들과 조산사가 2~3주마다 (비대면으로) 만나서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인데, 그날은 부부 동반으로 출산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되어 있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


저녁 7시 반, Zoom에 접속을 하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몇몇은 지난 오프라인 모임에서 같이 만났던 사람들이라 반가웠다. 그리고 화면에는 평소와 다르게 각자의 배우자도 함께 하고 있었다.


아, 하나 재미있었던 게, 산모들과 배우자가 정말 닮았다는 점이었다. 소위 '그림체가 비슷하다'는 느낌이랄까? 세션 진행 중에 서로 웃는 포인트가 비슷하다던가, 서로 티키타카가 잘 된다던가 그런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작하기 전에 각자 자기소개를 하면서 '자신의 아이가 배우자에게서 닮았으면 하는 점'을 공유해 보기로 했다. 나는 남편의 차분함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남편은 나의 다정함과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여섯 커플이 서로의 장점을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워크숍 분위기도 따뜻해졌다.



분만은 어디서?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오늘의 주제 '분만 장소'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개의 소그룹으로 나눠졌다. 약 15분 동안 가정 분만과 병원 분만의 장단점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


우리 조산원에서는 병원 출산율이 높다. 지난 2022년 3월을 기준으로 조산원에서 담당한 37명의 신생아 중 36명이 병원에서 태어났다고 하니 사실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사는 암스테르담이 특이한 것은 아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가정 출산 비율이 전체 네덜란드 기준 약 35%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13%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출처: RTL 뉴스 및 네덜란드 통계청).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이 비율도 높은 것이기는 하다 - 바로 옆 나라 독일은 2% 대니까 말이다. (출처: BR.de)


참고로 한국은 2020년 기준 신생아 27만 명 중 병원 외 출산이 0.3% 수준이다. (출처: 통계청)


그래서 집에서 출산하는 것은 여전히 '네덜란드의 출산 문화' 중 하나로 소개되는 듯하다.



이러다 강제로 네덜란드 전통 출산 문화를 경험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제가 원하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하면 조산사는 늘 '어렵다'라고 한다. 물론 역아, 양수 과다/과소 등의 증상으로 유도 분만 등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병원에서 낳아야만 한다. 당연히 그런 산모에게는 병원이 지정된다. 하지만 보통의 건강한 산모라면 진통이 온 그 순간에 자리가 있는 병원으로 가야만 한다.


한 부부가 질문했다. '그럼 원하는 병원에 가서 출산할 확률은 대략 얼마 정도 되나요?'. 조산사 M은 머뭇거리다 대부분 1순위 지망 병원에서 출산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숫자로 굳이 따지자면 60% 정도라고 대답했다. 나머지 40%는 시내 다른 병원이나 20~30km 떨어진 시외 병원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며칠 전 보험사에서 보내 준 산후조리 물품(Kraampakket; Maternity Package)의 사진. 대부분 집에서 출산할 경우를 대비한 기구들이다. 이러다 설마...?




분만 장소 외에도 언제 조산사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기본적으로 진통이 5분 간격으로 오기 시작하면 연락을 하고, 만약 양수가 터진 경우라면 양수의 색, 진통 유무 등을 참고하여 연락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조산사가 집으로 찾아와서 같이 병원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만약 이미 조산사가 다른 분만으로 해당 병원에 있으면 병원으로 바로 가도 된다.)


또, 밤중에 파수되었다 하더라도 긴급 상황이 아니면 일단 푹 쉬고, 아침도 잘 먹고 연락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대부분 초산모인 우리들은 여전히 조금은 불안한(?) 기색이었지만. 아마 각자의 1:1 면담 시간에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30주 정기 검진: 잘 자라고 있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30주 정기 검진 및 초음파 확인을 위해 조산원을 찾았다. 얼마 전에 입체 초음파를 봐서 그런 걸까, 흐릿한 2D 초음파는 영 성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초음파 검진의 목적은 태아의 발육 상태를 보는 것이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싶었다.


이 정도가 최선... 한쪽 손을 물고 빨고 하다가 카메라를 보고 있다. 빛과 그림자 사이로 눈, 코, 입이 보인다.


조산사 M은 머리 둘레, 복부 둘레, 다리 길이 등 모두 성장 곡선을 따라 안정적으로 발달하고 있다고 했다. '치즈'는 이제 약 1.5kg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그리고 내 혈압도, 철분 수치도 이 정도면 분만까지는 충분하다고 했다. - "more than enough!"



검진을 끝내고 비를 피해 후다닥 찾아 들어간 베트남 쌀국수 집. 빠른 서빙 속도 덕분에 15분 만에 먹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갈 때마다 별 이슈 없이 잘 커 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 10주 남았다. 잘 움직일 수 있는 동안 부지런히 놀고(?) 준비도 조금씩 해 나가야지. 며칠 전에는 또 한바탕 우박이 쏟아지던데, 네덜란드 날씨가 얼른 좋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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