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민 Apr 28. 2022

[32주] 네덜란드에서 놀기 좋은 4월

그래도 검진은 가야지...

날씨가 다시 부쩍 좋아진 4월 중순이었다. 코로나 규제야 애초에 풀린 데다 부활절 휴가까지 있으니 우리는 여기저기 네덜란드 구석구석을 탐방하고 다녔다. 


해변과 국립 공원을 쏘아다니고, 미술관에서 고흐 작품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느긋하게 어촌 마을도 구경하고, 튤립도 잔뜩 구경하고.


이렇게 바삐 나들이를 다니다 보니 어느새 32주 정기 검진 시간이 돌아왔다. 임신 중기에는 4주 간격으로 다니다가 이제 2주 간격으로 다니니 왠지 너무 자주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34주 차부터는 거의 1주일에 한 번 꼴로 가게 될 예정이니 불평은 하지 않으리라. 




오늘은 오랜만에 조산사 N을 만났다. 사실 14주 검진 때 보고 거의 넉 달만이라 처음에는 누구였지 싶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혈압을 체크하고 자궁 크기와 태아 위치를 촉진하여 확인했다. 주수에 맞게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아기가 조금 작은 느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아기가 작다는 말을 처음 들어서 그냥 '그런가?' 싶었는데, 인도에서 온 조리원 동기 D는 늘 검진을 할 때마다 이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시아 아기라 조금 작은 거'라고 위안을 삼긴 했다는데 좀 스트레스긴 했다나 보다. 


촉진도 영 믿지 못할 건 아니지만 정확한 건 3주 뒤에 초음파를 보면 될 테니까, 너무 큰 것보다는 나을 테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태동 검사? 


혹시 태아 태동 검사(fetus non-stress test)를 여기선 시행하지 않냐고 물었다. 태동 검사란 '자궁 수축이 없는 상태에서 태동에 대한 반응으로 태아 심박동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태아 안녕을 평가하는 검사법(출처: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한국에서는 대부분 시행하는 듯 보였다. 처음에 조산사 N은 태동 검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표정이길래 설명해주니 뭔지 알겠다는 듯이 '아-'라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 


"응, 의학적 필요가 없으면 안 해도 돼."


조산사 N의 말을 듣자마자 '역시...' 어느 정도 대답을 예상을 하곤 있었다. 임당 검사도 그랬고, 정말 '필요하다'라고 생각되지 않는 이상 그냥 자연스럽게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 그게 네덜란드식 산전 케어이자, 여러 의료에서도 통용되는 법칙이다. 





32주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자다가 다리에 쥐가 올라왔다. 옆에서 자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서 다리를 주물러 줬다. 서서히 다리는 풀렸지만 놀란 다리는 며칠 동안 걸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치곤 했다. 


결혼 전에 부모님과 살 때도 가끔 쥐가 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안방에서 내 목소리를 듣고 엄마가 달려와서 종아리를 풀어주던 게 생각났다. 아주 어릴 때부터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던 때까지도 말이다. (왜 아빠는 기억에 없는 걸까...) 


늘 인생에서 내 옆에 누군가 늘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워졌다. 어릴 땐 마냥 혼자 다 큰 것 같고, 내가 제일 힘든 것 같았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철이 든 건지, 나이가 든 건지. 


아무튼 이제부터는 많이 걸은 날에는 자기 전에 압박 양말을 신는 버릇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시원하게! 




매거진의 이전글 [30주] 10명 중 3명이 가정 출산을 하던 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