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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 Jul 13. 2022

[39주] 네덜란드 출산 후

열흘,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는가

간밤에 깬 아기를 달래고 나서 휴대폰을 들었더니, 카톡이 와 있었다. 일찍 결혼해 벌써 딸 둘을 키우고 있는 대학 동기의 메시지였다. 


애 하나 키울 때는 몰랐는데... 첫째는 와이프랑 외출하고 혼자 둘째 볼 때는 휴식 시간이었을 정도였어. 둘째는 분유랑 기저귀만 갈아주면 되니까. 

나중에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더 정신없어.


그렇겠다. 맞다. 육아 선배의 말을 듣자마자 더 시간이 가기 전에 지체 없이 이 매거진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만 후 약 열흘 동안 무슨 일이 산모와 가족을 기다리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경험담을 정리했다. 


#1. 산후도우미(Kraamzorg) 가정 방문

정부에서 보조하는 산후도우미(Kraamzorg)는 네덜란드에만 있는 제도라 임신 중에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최대한 자세하게 적고 싶지만 실제 겪으면서 알게 된 주요 포인트만 적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산후도우미가 생후 8일까지 오지만 이 8일에는 '출산 당일'도 포함되어 있다. 나의 경우 저녁 출산이라 이 날은 산후도우미가 못 오고, 이튿날인 생후 2일부터 생후 8일까지 총 7일을 방문했다. 


□ 의외로 산후도우미는 쓸만한 인력이자 서비스였다. 기본적인 신생아 케어와 산모 체크는 물론, 급할 때 장도 대신 봐 주는 등 여러 가사도 도와줘서 출산 후 1주일 낮에는 조금 쉴 수 있었던 것 같다. 

7일간 방문했던 산후도우미 A와 함께. 우리가 부담스럽지 않게 7일 내내 잘 도와줬다. 

□ 최대 80시간까지 산후도우미가 온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최대'이다. 대부분 하루 6시간씩 총 8일, 약 48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사실 이마저도 지켜지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산후조리원에 도우미가 모자라기 때문에 1명이 2곳 이상의 가정을 하루에 들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날과 마지막 날 정도만 6시간 근무, 나머지는 오전이나 오후만 있다 가는 경우가 많아서 최종적으로 내가 받은 서비스는 약 25~30시간 정도였다. 만약 출산을 대비해 건강 보험 특약을 추가하려는 경우 참고하여 계산하시길 바란다. 


하지만 아기 체중을 이걸로 재겠다고 했을 때는 조금 뜨악했다. - '이것이 네덜란드 감성이다 마!'


#2. 출생 신고

네덜란드에서는 출생 후 3일 이내 해야 한다.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다던데 안전하게 시청에 가서 했다. 


우리나라도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거주지가 아니라 분만지 기준으로 출생 신고를 해야 한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어도 분만 병원이 다른 도시에 있었다면 그곳 시청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것. 


출생 신고 약 1주일 후 네덜란드의 주민등록번호인 BSN(Burgerservicenummer)도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다. BSN을 받고 나서 건강 보험 등록 및 거주등록증 신청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받은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한국 출생신고도 진행했다. 자세한 준비물은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 게시글을 참고 바란다. 또한 해외에서 출산한 아동의 경우 출생신고와 주민등록은 별개로 이루어진다. 즉, 한국에 입국해서 따로 주민등록을 진행해야 주민등록번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이 점도 참고하시길. 



#3. 조산사 가정 방문

조산사는 출산 1주 차에 총 2회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에는 분만을 함께 한 조산사 M과 L이 왔다. M은 분만 후 처음 다시 만나는 자리였는데, 다행히 병원에서 그런 불상사가 있었던 점에 대해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분만 과정에서 남은 트라우마는 없는지 확인을 하고, 산모와 아기의 상태를 간단히 확인했다. 


조산사 M과 화해의 사진도 찍었습니다. (feat. 빠질 수 없는 K-하트)

두 번째 방문에는 조산사 K가 왔다. 산모나 아기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경우 이제는 조산사가 아닌 가정의(GP/Huisart)에게 연락을 하라는 내용과 함께 산후 회복에 도움이 되는 방법 몇 가지를 알려 줬다. 



#4. 보건소 직원(GGD) 가정 방문

신생아의 청력 검사(Gehoortest)와 선천적 대사 이상 증후군 확인을 위한 채혈(Heelprik)을 한다. 

이렇게 발 뒤꿈치에서 채혈을 한다. 우리 아가, 눈물 한 방울 울음 한 마디 없이 잘 해냄!(좌) 총 6 방울을 채혈해 갔다.(우)

참고로 채혈 결과는 약 5주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출산 후 5주 차인 지금까지도 딱히 연락을 받은 건 없다. 앞서 출산한 조산사 동기들도 대략 4~5주 걸렸다고 하니 결과는 느긋하게 기다리도록 하자. (이상이 있으면 연락은 빨리 오는 편인 듯하다.)


이외에도 여러 행정적인 것들을 확인하고 안내했다. 이 방문은 길어야 10분쯤 걸렸던 듯하다. 



#5. 영유아 보건소(OKT/CB) 직원 방문

OKT(Ouder- en Kindteam, 부모-아이 센터)라 불리는 영유아 보건소에서도 직원이 집으로 찾아온다. 참고로 암스테르담 지역 외에서는 CB(Consultatiebureau, 상담국)라고 하는데, 둘 다 뭐 하는 일이 같아 보인다. 


집에 찾아온 직원 R은 먼저 자신의 센터를 소개하고 어떤 서비스를 지원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임신 기간 및 분만에 관해 인수인계받은 기록이 정확한지를 산모와 다시 한번 확인한다. 


또 네덜란드의 백신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한다.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 BCG 접종이 국가 기본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한국은 결핵 위험 국가로 분류되어 있어서 한국 국적 아기들의 경우 보건소(GGD)나 영유아 보건소(OKT/CB)를 통해 요청하면 BCG를 무상 접종받을 수 있다. 

BCG 맞으러 갔는데 접종 직전, 이런 페이스 실드를 쓴 간호사가 실험실 고글을 주면서 쓰라고 했다. 주사액이 튀는 걸 방지한다나... (사진 출처: Pixabay)

여담이지만 브라질에서 온 조산원 동기 P도 BCG를 접종하려고 했지만 브라질은 위험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접종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브라질 결핵 환자 발생 수는 2020년 35건으로 한국 46건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데도 (출처: 왕립 네덜란드 화학 학회 KNCV) 네덜란드 보건국은 브라질을 굳이 위험 국가로 분류를 하지 않았다고. 결국 P는 사립 병원에 가서 따로 돈을 주고 맞췄다는 씁쓸한 후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기의 상태를 체크하고 다음 약속을 잡는다. 첫 약속은 생후 4주쯤에, 그 이후로는 4주 단위로 지역 영유아 보건소를 방문하게 된다. 이렇게 이번 방문은 대략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여러 주재원(Expat) 커뮤니티에서는 이들 영유아 보건소가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고 불평을 하는데, 과연 나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싶다. 




나름 자세하게 적는다고 했는데도 예비 부모 입장에서는 더 궁금한 점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댓글로 남겨 주시면 늦게라도 확인하겠습니다 :)


다음 - 아마도 매거진 마지막 글은 '네덜란드식 임신·출산을 겪으며 느낀 점'을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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