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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 상영중] 스타 이즈 본

누구나 오를 수 있지만 아무나 견딜 순 없는 자리

by 김태혁

이 글을 쓰기 몇 시간 전에 절친한 동생의 결혼식에서 아주, 정말 유명한 케이팝 스타를 봤다. 수많은 하객들이 그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웨딩 포토그래퍼가 자신의 촬영에 방해가 되니 그만 좀 찍으시라고 양해를 구할 정도였다. 평소 다양한 스크린과 지면을 경유해야만 그 존재를 가늠할 수 있었던 대스타와 함께 같은 공간의 공기로 숨을 쉰다는 사실은 우리를 달뜨게 만들만하다. '스타'라는 단어의 원의(原義)가 전하는 핵심 중 하나는 '막대한 거리감'과 '닿을 수 없음'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대스타를 직접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왠지 행운아가 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보기만 해도 가슴을 뒤흔드는 스타가 나를 주목하고,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 부름에 응할까? 아니면 애써 외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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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 이즈 본>은 '스타, 그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존재가 나의 음악적 동반자이자 연인이 된다면?'이라는 낭만적 가정에서 출발한다. 잭슨(브래들리 쿠퍼)은 슈퍼스타이지만, 잦은 이명에 시달리고 청력 손실은 점점 심해져만 간다. 무대 위의 그는 환한 조명도 무색게 할 만큼 찬란하게 빛나지만, 무대 아래의 그는 술과 약물에 절어 사는 폐인이나 다름없다. 잭슨은 공연 후 우연히 들른 드래그 퀸 바(drag queen bar, 여장 남자들의 술집)에서 앨리(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보고 한눈에 빠져든다. 잭슨은 앨리를 자신의 공연 무대에 초대해 앨리의 자작곡을 함께 열창하고, 그날 이후 앨리는 잭슨과 함께 공연을 하며 자신도 스타가 되어 간다. 두 사람은 사랑하고, 노래하고, 갈등한다. 이야기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말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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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 이즈 본>의 이야기에는 별다른 특별함이 없다. 출연 배우들의 가창 퍼포먼스가 러닝 타임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음악영화에 정교한 플롯이나 비범한 내러티브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대신 <스타 이즈 본>은 음악영화의 뼈대 위에 인물들의 상흔과 상처로 빚은 점토를 잘 붙여 놓았다. 누구나 오를 수 있지만 아무나 견딜 순 없는 것이 스타의 자리임을 이 영화는 느린 리듬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감독과 주연을 겸한 브래들리 쿠퍼는 이미 공인된 외모와 연기력에 더해 섬세한 연출을 선보이며 스타 감독의 탄생을 예감하게 한다. 이를테면 중독 재활 치료를 마친 잭슨을 집까지 태워준 이복형 바비(샘 엘리어트)가 사실 형을 닮고 싶었다는 잭슨의 진심을 듣고 난 후 아무 대답 없이 차를 후진시킬 때 바비의 붉어진 눈시울은 보는 이의 가슴을 깊이 파고든다. 앨리 역을 맡은 레이디 가가의 열창은 가수로서 그녀가 확보한 명성에 걸맞고, 그녀의 연기는 기대 이상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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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54년에 나온 뮤지컬 영화 <스타 탄생>이 원작이다. 영어 원제는 'A star is born'으로 동일하다. '탄생'이라는 것, 태어난다는 것은 하나의 고유한 소우주가 생기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스타란 다른 누군가를 따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험과 역사를 자신의 창작물에 담아낼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 앨리(레이디 가가)는 그 마지막 사랑 노래를 바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참된 스타로 다시 태어났을 것이다. 견딜 순 없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견딜 순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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