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호텔 (Tivoli Hotel & Congress Center)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약 11시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3시간가량 경유 후 다시 1시간 20분을 비행해서 코펜하겐 카스트럽공항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경이었다. 멀리 이동할 것도 없이 공항 건물 바로 앞, 택시 스탠드가 있었다. 밤이라 기다림 없이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공항이라면 무조건 많이 걷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홍콩 신공항 오프닝 때 공항철도가 게이트에서 너무 가까워서 가벼운 문화충격을 받은 후 짧은 동선으로 설계된 공항들에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공항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바로 택시를 타고 보니 현지 시각으로 밤 12시가 넘었는데 기대한 스칸디나비아의 백야는 없었고 그냥 야심한 밤이었다. 세계 어디나 있을 법한 그저 깜깜한 밤 그리고 평범한 도로. 공항에서 도시로 들어가는 도로는 밤에 보면 참 어디나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20여분을 달려 도착하니 깜깜한 밤에 어울리는 깜깜한 호텔이 있었다.
호텔 이름은 티볼리(Tivoli Hotel & Congress Center)였다. 보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호텔 콩 아더 (Hotel Kong Arthur)사이에서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북유럽 물가에 대한 두려움에 결국 저렴한 티볼리를 선택했다. 티볼리 호텔은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1km 정도로 가깝고, 신축이라 에어컨과 수영장이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수영장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을 굳혔다. 혼자 하는 힐링여행이니 여유 있게 호텔에서 수영을 즐기고 싶었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다. 덴마크의 여름은 한국의 가을과 비슷해 밤은 추웠고 냉방은 전혀 필요 없었다. 여유롭게 다니려던 계획은 볼거리가 너무 많아 수영장은커녕 호텔에서 아침식사 한번 못해보았다.
인터넷과 달리 실제 호텔 모습은 모스크바 성 바실리 대성당[4]처럼 보였다. 코펜하겐 최고의 유원지인 ‘티볼리’에서 이름을 따왔기 때문에 티볼리 공원의 유희 정신에 바치는 오마주라는 건 마지막 밤 티볼리 공원을 다녀오고서야 깨달았다. 호텔은 2개의 타워로 이루어진 대형 콤플렉스였는데 라스베가스급 대형 호텔이라 프런트에서 방까지 족히 3분은 걸어야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나서도 그렇게 많이 걸어본 것은 처음이다. 호텔 측에서도 오죽했으면 복도에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서울의 내 방에서부터 코펜하겐의 호텔방까지 참으로 멀고도 먼 길이었다.
[4]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위치한 러시아를 상징하는 대성당으로 테트리스 게임의 시작화면에 등장하는 성을 닮아 테트리스 빌딩으로 불리기도 한다. 알록달록한 이국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방은 웹사이트에서 본 것보다 살짝 작은 듯하였지만 거의 똑같았다. 그 정직함에 놀랄 정도였다. 나는 슈페리어 킹(Superior King)으로 예약했고 하루 평균 세금 포함 25만 원꼴이었다. 북유럽 물가에 성수기를 감안하면 괜찮은 수준이었다. 참으로 먼 여정후 나의 침대를 찾은 나는 곧바로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