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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Dec 22. 2023

다시 찾아온 우울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요.


나의 우울증은 자녀에게 전이가 되었나 보다.

애가 많이 힘들어한다.


그리고 조금 나아진 것 같던 내게로 다시 가져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밖은 영하의 날씨로 춥다.

위층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시끄럽다.

아래층 할머니는 귀가 잘 안 들리셔서 티브이를 크게 틀어놓고 보신다.

오늘은 뉴스를 시청 중이시다.

나는 완전한 고요에 있고 싶다.


할 일이 있다.

쌓인 옷들. 정리해야 할 책들.

들어야 할 강의. 써야 할 글.

나는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 우울증은 심한 걸까 아닐까

크게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다.

그냥 나 혼자 지치고 의욕을 잃을 뿐

괜히 예민해서 지치는 걸까

누구나 다 이렇게 사는 거 아닐까

다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할까


애 앞에선 이제 그만 그래야지. 애가 힘들어하잖아.

그렇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인생은 고통이다.

끊임없는 사건과 사고, 고통스러운 날들의 연속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허무하고 허무하다.


우리 딸은 우울할 때 먹고 싶은 걸 먹는다고 한다.

녀석 제법이다.

나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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