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 서평
나는 서점에 자주 가는 편이다. 이번 주말에도 서점에 갔다. 베스트셀러를 비치하는 가판대에 살펴보니 나를 끌어당기는 책이 보였다. 제목을 보고 피식 웃으며, 일본 작가가 쓴 책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카바사와 시온'. 역시 일본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정신과 의사이며 다독가이다. 메일과 SNS을 통해 콘텐츠도 생산하고, 독서 세미나에서 강연도 한다. 이 책에서 카바사와는 책이 자기의 인생을 다르게 살도록 해주었다고 한다. 그는 일본 3대 기서중 하나로 꼽히는 <도구마 마구라>라는 책을 읽고 정신의학을 택했다. 책을 읽고 직업을 택했으며, 직업은 사람의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므로 책은 작가의 인생 방향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독서에 관한 여러가지 사례와 구체적인 독서 방법을 제시한다. 그래서 내 마음에 잘 와닿았다. 형이상학적인 철학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도움이 되는 학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 책은 독서의 여러가지 장점에 대해 설명하지만 가장 와 닿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A와 B, 두 개의 상자에 각각 실험용 쥐를 한 마리씩 넣고 전리충격을 주었다. 단 A상자에만 전기 충격을 멈추는 지렛대를 설치했고, 그 지렛대를 밟으면 A와 B 두 상자 모두 전기 충격이 멈춘다. 결과적으로 두 쥐가 받는 전기 충격 회수와 시간은 동일한 셈이다.
몇번의 전기 충격을 주자 A상자의 쥐는 전기 충격을 멈추는 방법을 학습했다. 지렛대를 밟아서 스스로 전기 충격을 제어할 수 있는 A상자의 쥐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전기 충격만 두려워하는 B상자의 쥐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스트레스를 받을까?
전기 충격을 받는 회수와 시간이 둘 다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B 상자의 쥐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급격하게 쇠약해졌다. 반면 스스로 고통을 제어하는 방법을 알았던 A상자의 쥐는 상대적으로 불안과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었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자신이 현재 상황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상황이 자신의 통제범위 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표를 항상 주머니 안쪽에 넣어두는 사람은 사표를 생각할 수조차 없는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스트레스 해소에 관한 독서의 장점이 있다. 여러가지 실험에서 독서, 음악 감상, 한 잔의 커피, 게임, 산책 중에 독서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줄여준다고 한다. 그러므로 독서를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배우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그 방법론을 배우기 위해 독서하는 자체에서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의 핵심에 대해 설명한다. 심독을 하며 틈새시간을 활용하여 읽으면서 7~10일내에 3~4회로 읽었던 내용을 글이나 말로 생산하라는 것이다. 카사바와는 책을 깊게 하는 독서법을 의미하는 '심독'이라는 단어를 제안한다. 책을 깊이 이해하도록 하는 심독이 감상이나 의견을 타인에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심독을 통한 '인풋'이 글이나 의견과 같은 '아웃풋'을 만든다고 한다.
카사바와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시간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틈새시간이나 여러가지 사례를 들 때 지하철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틈새시간을 활용한 독서는 이 책의 두번째 핵심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며 작가는 '사람들은 시간이 있으면 책을 읽을 것이다'라는 해석을 한다. 하루 중 5분정도 되는 시간이 많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라고 한다. 사람의 집중력은 처음과 끝에 상대적으로 더 활성화 된다고 하며, 짧은 틈새시간에서 톡톡히 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뇌의 해마는 기억을 단기간 저장하며 1~2주일간 정보를 보관한다. 2~3회 반복 입력된 정보는 해마에서 장기간의 기억을 담당하는 측두엽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우리가 오래 전 일을 기억하는 것은 측두엽에서 정보를 꺼낸 것이다. 그래서 제목처럼 독서한 내용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7~10일 이내에 3~4회에 걸쳐 글이나 말로 생산하여야 한다.
그래, 글이나 말로 생산해야 되는 것을 알겠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될 지 막막한데?
이 책은 구체적으로 독서한 내용을 글이나 말로 어떻게 생산할 지 잘 집어준다. 독서의 목적은 '자기성장'이므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깨달음과 성장에 도움되는 말이 있으면 주저 없이 밑줄을 그어나가라고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읽은 책을 '구체적인' 장점을 표현하며 추천하라고 한다. 줄로 그은 문장들을 SNS에 올리고, 서평도 쓰라고 한다. 또, 2가지의 주제로 한 책에 대해 글을 쓰라고 한다. 다른 주제는 다른 관점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독서를 할 때 긴장감을 준다고 한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고 있던 내가 변화한 이유를 알 것 같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작가의 책 선택법과 분류법을 소개한다. 작가는 책 선택을 할 때, 먼저 입문서를 보라고 한다. 그리고 어려운 개념과 응용책을 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수파리(守破離)'라는 학습법을 소개한다. 나는 새로운 분야에 접근하거나 어떤 것을 배울 때 효율적인 공부 방법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기본이라는 '뼈대'를 세우고, 응용이라는 '살'을 붙이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기본을 그대로 따르되 철저하게 모방하는 '수'의 단계(초급),
타인의 방식을 연구하며 더욱더 성장해나가는 '파'의 단계(중급),
자기만의 방식을 탐구해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리'의 단계(상급)
내가 책을 한권씩 구입하면서 책장의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고민도 했었는데, 이 책이 잘 정리해줬다. 크게 일과 관련된 책, 두번 이상 읽어야할 책, 한번 읽으면 충분할 책으로 나누라고 한다. 또,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확정되는 시간에 따라 초단기투자, 단기투자, 중기투자, 장기투자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위의 세가지 분류법(일, 두번 이상 읽기, 한번 읽기)은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익확정 시간에 따른 분류법은 생소했다. 이 분류법에 따르면 이 책은 중기투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초단기 투자: 인터넷 정보, 신문지, 주간지
단기투자: 노하우 책
중기투자: 업무법, 공부법을 다룬 책
장기투자 : 사상, 철학, 삶의 방식을 다룬 책
이 책을 읽으면 '인풋'과 '아웃풋'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양질의 독서를 하는 것이 '인풋'이고 글과 말로 표현하는 것을 '아웃풋'이며, 이를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잘 표현했다. 특히, 정신과 의사라는 작가의 직업이 뇌와 심리를 사례로 들어 표현하는 것이 많았다. 최근, 많은 책을 읽으면서 독서의 목적이 흥미로 변했다. 나는 독서의 목적이 자기성장이어야 하며, 생각의 변화가 만드는 실천이 그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흩트러진 독서의 목적을 세우는 데 좋은 계기가 됬다. 이 책을 읽고 몇가지의 생각이 변했고, 변화된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인풋'을 받아들이고 많은 '아웃풋'을 생산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