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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Aug 11. 2023

업그레이드된 페미니즘

( Part 2 )


4. Different Womens in the World (세상의 많은 여자들 )


 '나'라는 사람을 '여자'라는 대상에 한정해 그간 내가 내 주위의 어떤 여성들에 의해, '스스로는 어떻게 어떤 여성으로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흥미롭다.

 물론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여자'들이 겪어야 하는 자연적으로 많은 역할의 변화와 그 변화들에 의해 성숙해 나가는 과정은 당연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a. 네 명의 엄마


 내 머릿속에서 방금 분 비누방울 풍선같은 생각고리 속의 '첫 번째 여자'는 내 동생을 낳아준 나의 새엄마 A이다.


 사실 그 전에 쓰여진 에세이들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나 되어서야 나에게 나를 낳아준 친모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전까진 사실 나는 새엄마 A가 나를 낳아준 엄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시기 나는 내가 못생긴 아기오리인줄 알았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분명한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조금 기분 드러운 느낌은 이 분때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 1990년대초, 나라는 사람의 남들과는 많이 다른 과거 속에 존재한다 치고 그녀가 나에게 준 아주 크고 유일한 레슨은 이것.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운거 아니 피하지.’



우리 아빠같은 사람 만나 힘들었으면 그를 떠나 어디서 멀쩡한 사람이나 만날 것이지 열 몇살이 넘은 도박에 빠진 택시 운전기사를 만나 인생 망치고, 내 동생의 유년기도 망치고,

우리 아빠가 술 마시고 제 정신 아닌게 그렇게 힘들었으면 아무리 사는게 힘들었어도 술로 자신의 인생까지 망칠 일은 아니었다.


그녀는 술로 몸도 정신도 망치고 이십년째 요양원 생활 중,

그런 그녀를 생각하면 그녀의 인생만큼 박복한 내 동생이 가여워 피가 끓지만 어쩔.



그리고 나의 친 엄마 B.



남편과 아들(아마 대개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사람)에게 말못할 과거를 평생 지고 가는 인생의 무게는 가늠할 수 없어 나는 그녀가 가엾다.



오늘의.

지금의,

완성된 나라는 사람, 나라는 여자를 딸로 둘 수도 있었던 사람. 그녀가 하지 못한 힐링에 나는 가담되어 희생할 필요가 없다.

.

친엄마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부정과 폭력을 이해하고 여러번 그리고 계속, 과거의 나를 찾아가기엔 사십이나 먹은 나에게 그녀는 스토리라인도 이름도 없는 드라마속 행인 1 아님 2 정도의 캐릭터쯤.


2023년, 두 아들과 딸을 가지고 결혼해 행복하고 숨기는 거 없이 잘사는 내게 그녀는 그래도 나에게 생명을 준 사람이니 그녀가 그녀의 삶속에서 평화롭길 빌어본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이제 패스.



그리고 남편의 친모인 시어머니 C.

술, 마약, 도박, 안 좋은거 심박자로 다하던 마지막 남자친구에게 심하게 데인게 거의 십년 전인 시어머니 C는 그래도 내 새엄마보단 양반.


영화를 같이 보러가서 영화상영 중간 화장실을 가야 한다면 같이 가자고 물어보는 시어머니.

세금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파서 힘들면 진심으로 등 문질러 달라고 하는 스타일의 이 분은 독립성 강한 나의 세포들이 싫다고 소리 지를만한 일들을 참 많이 하시지만 그래도…


자식들한테 아직 손벌리지 않고,

자신이 걸어온 삶을 아시기에 자식들이 무얼 하더라도 편견없이 곁에 있어줄 줄 아는,

자신의 아들이나 딸보다 며느리인 나에게 정신적으로 더 기대며 도움을 의존하는 나에게는 친구같이 편안한 사람이 되신 어머니 C.


그리고 남편의 새어머니이자 시아버님의 부인, 시어머니 넘버 투, 시어머니 D.


시아버님이 남편의 친어머니와 헤어지고 만나 결혼해 남편이 일곱살때 만난 남편의 새엄마인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혹은 내가 그간 가져온 엄마들과는 다름 부류의 사람이다.


오십후반의 어머니 D는 한달에 혹은 두달에 한번씩 휴가를 가고 스포츠카를 몰고 매일 운동을 가시고 심지어 바이크 까지 타시는 스포츠광.


매주 네일, 페디큐어 케어를 받으시고 손발 이십가락에 금반지를 끼고 다니시는 세상 부유하신 시어머니는 D는 남편(시아버님)은 작지만 수익이 좋은 건설회사의 사장이시지만 집에 계실땐 늘 집밥을 하시고 몇 천평의 땅이 달린 주택에 사시면서 조경관리 하나까지 꼼꼼하게 혼자 도맡아 하시며 아버님의 회사 재정장부까지 담당하시는 어머니의 능력, 당당함은 그런 부류를 그전까지 만나보지 못한 나에게 조금은 호흡 딸리는 부담러움이었던 과거가 기억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현저하게 존재하는 할머니의 부재를 마치 전방선에서 수류탄을 몸에 감고 적들을 감당하는 용감한 전사같이 총대 매고 짊어주는 이 분,


남편과 나에게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살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도와주시고


오늘의 내가

좋은 엄마, 훌륭한 여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당당하게, 그리고 화려하고 재밌게 사는 법을 직접 보여주신 내 인생, 어머니계의 멘토.


그녀가 멋진 이유는 그녀의 재정적인 부분도 크지만 그녀가 키워낸 아이들(남편의 형제들)이 산부인과 의사, 마스터 회계사인것도 멋있지만


모태 장님으로 태어나 일찍 생을 달리하신 자신의 엄마로부터 받거나 얻은 트라우마나 불이익을 뒤로 하고 자신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내 걸어나간 그 어느 선구자처럼 좋은, 완벽한 조건의 부모 없이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그 좋은, 완벽한 부모가 되고, 또 편안함을 넘어선 럭셔리 스타일 은퇴길을 몸소 실천하면서 자식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시는 것이 제일 대단한 듯 하다.


자신의 아이는 아니지만 나의 남편에게 보여주시는 관심, 다정함도 자식 부모관계를 떠나 사람대 사람으로 존경할 만 하고.



성공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시어머니, D.




(Part 3에 마무리지어집니다.)

(part 1은 상상하는 여자에 이미 게재되어 있으니 연결해 읽으시길!

https://brunch.co.kr/@minjilunajung/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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