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모니 도착 후 첫 일주일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춘 아파트를 예약했다. 뚜벅이 여행자의 숙소 선택조건 1순위는 단연 위치다. 종합버스터미널 구실을 하는 샤모니슈드에서 도보 2분. 작은 베란다에 앉아 초록빛 빙하개천의 거친 물소리를 들으며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스튜디오다.
정면엔 거대한 바위산인 브래방이 뙇 버티고 있는.
5개월 전에 예약해서 저렴했고 가성비 좋은 숙소로 보였다.
도착하기 불과 몇 시간 전, 사우디 공항 경유중, 호스트의메시지가 전송된다. 첫날은 더블 부킹이 되어 다른 호텔을 예약해줄 테니 거기서하루를 지내라고 한다. 당당하다. 이것도 코로나 이후의 인종차별이란 건가. 울화가 치민다. 용납할 수 없다고 예약한 아파트로 가겠다 했지만 호스트는 방법이 없고 좋은 호텔이라며 새 호텔 주소를 보내준다.마치 에어비앤비 잘못인 것처럼 말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버스정거장이 코 앞인 예약한 아파트를 지나서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1km쯤 떨어진 새 호텔로 향한다.
유럽 특유의 꼬불꼬불, 울퉁불퉁한 오르막 돌길을, 마침 바퀴가 부러져 버린 낡고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구글 맵에 의지해 힘겹게 찾아간다. 호스트가 말하는 좋은 호텔이란 곳에 도착해 보니 손 닿지 않는 위치에 작은 창 하나 달린 다락방이다. 답답한 방 정말 싫어하는데 냉장고, 커피포트조차 없다
보름간의 여행이라 우리 입에 맞는 밑반찬류를 준비해 갔는데 냉장고가 없으니 상할까 봐 걱정된다. 다음 날 짐을 싸서 맡기고 숙소를 옮기려면 하루 일정이 날아갈 판인데 호스트는 캐리어도 맡아줄 수 없다한다. 새 호텔에도 문의해 봤지만 가방 보관 장소가 없다며 리셉션 테이블 옆 (그곳은 거의 출입문 앞이었다)에 놓아둘 수 있지만 책임질 수는 없단다.
남미 열악한 곳까지 여행을 엄청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일단 에어비앤비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여행 끝난 후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 그때는 자기 잘못이 아니란 호스트의 말을 믿었다.
여행 중 발생하는 불쾌한 이벤트는 잽싸게 잊어야 한다. 황금 같은 여행지에서의 시간과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서둘러 에모송댐으로 가기 위해 몽블랑역으로 향한다.
몽블랑 익스프레스 기차는 몽블랑 멀티패스로는 무료탑승이 안된다 거의 모든 숙소에서 제공해 주는 게스트카드를 꼭 챙겨가야 한다. 게스트카드 Carte d' hote는 익스프레스 기차 프랑스 구간인 Vallorcine까지 무료다.
발로신에서 내려 반대편에 정차 돼있는 스위스행 기차로 갈아탄다. 두 정거장 뒤인 Le Chatelard VS역에서 하차하면 푸니쿨라 작은 안내판이 보인다
그동안 타봤던 푸니쿨나 중 제일 길고 가파르다.
푸니쿨라 타고 12분 가량 올라간 후 꼬마기차 정거장을 만난다
예전에 석탄을 나르고, 댐건설을 위한 인력수송의 수단이었던 꼬마기차가 이젠 관광객을 나른다.
티브이로 시청할땐 관광객이 제법 많았는데 너무 한가하다. 앞의 이쁜 커플과 우리 뿐이었던 기차.
세번째 탈 것, 빨강 푸니쿨라도 우리를 가뿐히 정상까지 데려다 준다.
40분가량 푸니쿨라+꼬마기차+푸니쿨라를 타고 정상에 오르니 에모송 카페가 있다. 스테이크와 맥주, 샐러드등을 먹었는데 이번 여행의 세 번 외식 중 단연 최고다.
사실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게 뭔지 느낄 겨를이 없다. 거대한 몽블랑 산군과 그곳의 냄새와 소리들 속에 풍덩 빠져 무어라도 먹고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 '고맙습니다 '가 절로 나온다.
긴 이동과 시차 적응 안 된 피곤한 몸을 감안하여 첫날은 관광으로 만족한다. 점심 먹고 에모송댐 주변을 30분쯤 산책 후 하산하기로 한다.
관광객이 거의 없으니 손님을 두 팀 정도 모아서 탈 것들을 운행하느라 시간이 조금씩 지연된다.직원들이 조금 기다릴 수 있냐고 양해를 구한다. 여유 있는 일정이니 쾌히 응해주고 왔던 순서를 역으로 느긋하게 내려온다.
한 번쯤은 와 볼만한 멋진 곳인데 너무 한적해서 걸린다. 어디든 손님이 없는 곳에 들어가면 그곳 쥔장 적자 날까 봐 걱정하는 것이 습관이 됐나 오지랖은 부자나라에서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