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경희 Sep 22. 2024

우당탕 서부 돌로미테

돌로미테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주일이다.  6시 30분 버스로

볼차노역에 도착 후, 7시 45분 

기차 타고  11시 30분쯤

밀라노에 도착, 역에 가방 맡기고

두오모성당 테라스 투어하며

놀다가  밤 10시 항공으로 인천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볼차노행 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운행되었다. 구글지도에도,  

호텔 앞  버스정류장에도 시간은

명확하게 쓰여있었다.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볼차노역

에서  하기로 해서 6시쯤 준비를

끝내고 병태가 구글 지도에서

버스시간표를 다시 한번

확인하더니  화들짝 놀란다


일요일엔 6시 30분 버스가 없다.

첫 버스가 7시다.

버스로 50분 정도는 가야 하니까

7시 버스를 타면 기차를 놓친다.

택시를 부르려고 서둘러 앱을

깔려니까 인증번호를 받을 수

없네. 외국에선 인증할 수 없나?


다음기차를 예약하려니  

일요일에 밀라노 가는 기차는

7시 45분 기차가  마지막이다.  

병태는 히치하이킹을 해보자며

서두른다.

6시 10분쯤 거리에 나와

지나가는 차들에게 마구 손을

흔들어 보지만  도 없다


호텔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인데

사는 집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호텔의 일층 카페는 주로

기사님들이 이용하는 것 같으니

택시 불러주기는 수월할 줄

알았다.


주무시다가 깬 듯한  쥔장은

분명 알았다고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라 다시 전화

해보니 전화를 안 받는다.

병태는 지나가는 차를 잡아보려

애쓰고 영자는 볼차노 ~밀라노행  

버스를  검색해 본다.


다행히  버스는 오후 것도  있어서

7시 버스  타고  볼차노에 간 후,  

밀라노행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긴 했다.

밤 10시 항공편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ㅠㅠ


스정류장 구석에  앉아

볼차노에서 밀라노  가는

버스를  예약하려고 하는데  

하얀 와이셔츠에 나비넥타이

곱게  맨 젊은 신사가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누구지?


호텔 사장님  아들이다.

우 ~~와

주일은 식당을 늦게 여시는지

주무시다 말고 서둘러

사장님이 함께 오신 것이다.

아들이 자기네 차로 볼차노역

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정말 감동의 도가니였다.


구세주를 만난 듯,

너무나 감사하다

감격한 병태는 아들한테 한국에

놀러 오면 자기가  가이드

해준다며 차 뚜껑이 열릴 것 같이

목청을 높인다


26살 아들은 말이 적고 온순한

젊은이였는데 흥분한 병태의

큰 목소리가 적지 않게 힘들었을

것  같다.  그가 말하는 운임의

두 배 정도를 주었는데 하나도

아깝지 않다. 너무나 고마웠다


어쨌든 볼차노역에 도착하니,

기차가 올 때까지  20여 분

시간이 남아있다.

편의점에서 급히 사 온  빵과

우유로 아침을 때우고 무사히

기차에 오른다


기차에서 두오모성당 테라스

투어  티켓을 한 장 예약하면서

느긋하게 밀라노에 도착한다.

밀라노역의 캐리어  보관소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11시 30분쯤 되니까 짐 맡기기

은 시간이다. 더 빨리

맡기려면  돈을 더 내면 가능하


시간  많으니까  느긋하게  캐리어

두 개 맡기고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 역에선 소매치기  조심

하라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폰과 여권만 넣을 수 있는

작은 사이드 백을 매고 밥 먹을

때도  매고 있는다

별일 없이 두오모에  도착한다



두오모성당 앞에 스타벅스가

유명하다고 해서 병태는 거기  

있겠다고 했는데 두오모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사람도 너~~ 무 많았고

길거리 공연에, 버스킹에  

양평 촌할매  정신을 쏙 빼놓는다


일요일이라 각오는 했지만

사람 많은 곳을 별로 가보지 않고

지낸 지 오래돼서 병태 손 꼭 잡고

스타벅스까 인파에 밀려

걷는데  생각보다 성당에서 너무

멀다. 그냥  근처 아무 곳에서

맥주 마시고 있겠다 해서  영자는

두오모성당으로  들어선다


일단 일 층에  들어갔다.

미사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이 너무 많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티켓을 끊었는데 도로 밖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입구가 다르네  ㅋㅋ


어쨌든 가르쳐 준 대로 가서

엘리베이터 타고 꼭대기까지

도착한다.


건축기간이 600년 걸렸다는

밀라노 두오모는 거의 30년 전

친구들과 아이들만 데리고

첫 해외여행으로 왔던 곳이다

패키지여행으로 따라와서

성당 앞에  쪼그려 앉아  비둘기

밥만 주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꼭 들어와 보고 싶었다.

600년 동안 조각들을  만들고

건물을 지었다는 것이

기가  막힌다

화려하고 정교하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세한 조각들을

천천히 구경하고 하나하나

맘 속 깊이 심어 놓는

예약된 인원만 시간에 맞춰

들어올 수 있다는데 엄청

더웠음에도  사람은 너무 많다

사람 없는 곳만 찾아

한 시간 반 동안 천천히 즐긴다.


밖에 나가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갔는데 병태가 없다.  무엇에

정신을 놓고  계신지 전화도

안 받네. 목이 말라 거리

트럭에서 파는 주스 한 잔

마시고  거의 40분쯤 지나서야

병태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런~~순 @#₩%&


원래는 밀라노 구석구석 좀

돌아보다가 공항으로 갈려고

했는데 병태는 다 귀찮아한다

영자도 사람 많아  취향이

아니라며  공항 라운지에나

가서  좀  쉬고 싶다

밀라노 역으로  가서 캐리어를

찾아  공항버스 타고

일찌감치 공항으로 향한다


또 하나의 여행이 끝났다

2년 전 누구 블로그에서 봤던

세체다는 사진만으로 너무

기가 빨리는 듯했었다.

사진 속의 세체다 속을 실컷

즐겼고 사람 없는 둔덕에 올라

한바탕 춤도 추었고,


끝없는 노란 들판을 질리도록

누렸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이 경이롭고

행복했다. 열흘로 부족해서

내년에 다른 부부랑 함께  와서

렌터카로 동부와 중부, 곳곳을

누비자... 고  했었는데


귀국행 비행기에서 졸다가

맘이 바뀌어 버렸네.

그리스가 트레킹 하기에

그리 좋다는데..

크로아티아도 꼭 가봐야

하는데..

포르투갈과 오스트리아,

미국 옐로우스톤도 못 봤잖아?

ㅋㅋㅋㅋ


그러므로  내년 6월 여행은

아직 미정이다.

지금부터 여기저기 기웃

거리다가  12월에 항공권

사면서  시작해야지



가보고 싶은 곳이 아직 너무

많은 할매는 다시 바빠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싸소룽고와 레시에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