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일기

20220116

by hari

* 그림 이미지를 무단으로 이용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작업을 많이하진 못 하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생활에 만족하는 중이다.


방금 잠깐 졸다가 번뜩 일어났는데, 컴퓨터에 비친 내 모습과, “박하리의 맥북”이라는 글씨를 보자마자 문득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그 이미지는 “고집이 세고 희한하다.” 였다. 알 수 없는 어린아이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에 꿈을 꿨다. 말할 순 없지만 굉장히 묘한 꿈이었고, 그 꿈대로 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좋은 꿈이었다. 최근에 팀장님이 러쉬 헤어바를 선물로 주셨는데, 그것과 아주 살짝의 관련이 있었다. 감사했다.


나는 몇 달간 무언가에 중독되어 살았던 것 같다.


그건 바로 ‘진실’이다. 알고 싶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 문득 정신이 번뜩 들며 현타가 왔는데, 내가 무얼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확 들면서 정말 시간낭비를 했구나 싶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그래서 오늘 그림그리면서 진실을 바라보고 갈망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멀리서 관찰했다.


진실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에 집착하는 내 마음이 문제였던 것이다. 걸림 없다면 그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마음이 올라왔고, 그런 마음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렸다. 흰 색 모래 위에 작은 초록색들을 덧붙였고, 사실 그냥 하얗게 하얗게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나는 흰 것이 좋다.


세리랑 문득 이야기를 했다. 나는 돈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밌고 외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그것도 삶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돈 이야기를 하면 속물이라는 것도 다 옛말이다. 돈도 친구같은 것이라서 아껴주고 고마워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건, 사실 그냥 나라는 인간 자체는 그런 외부적인 것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작업에 푹 빠져 있어서 친구도 만나지 않고 하루종일 작업만 하는 상태가 나 스스로에게 제일 이상적인 하루인 것 같다. 그렇게 생활한 지 너무나 오래됐지만 문득문득 그 시절들이 너무나 그립고 그립다. 일기장에 써 놨다. “시간 없으니 친구 만나지도 말고 그림이나 그리자.”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때 당시에도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지금 이 상태도 좋다.


라브에 있는 그림을 다시 재현하고 싶었다. 그냥 한 가지 그림이 마음에 들면 그걸 다시 재현하고 싶은데,


사실 똑같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나중에는 똑같이 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았다.


제목은 <순간은 순간> 왜냐하면 똑같은 순간은 없기 때문.


문득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어도 이 그림들처럼 다른 순간이 존재하므로 무슨 상황이든 이해보다는 일단 받아들이는 게 최우선이구나 싶기도 하다. 이해는 깊은 마음속에서부터 알아서 올라올 것이다.


파란색 그림을 제일 재미있게 그렸다.

핑크 그림 2가지는 중간에 술 취해서 그렸는데,

어느 날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갑자기 집에 들어와서 내 예상에 빗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작위로 휘갈겼다. 원래 술 마시면 그림 안 그리는데, 이상하게 그 날은 그리고 싶었고, 그래서 더 무의식이 잘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사랑해 하리. 그리고 그림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