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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Sep 18. 2024

나의 하쿠에게

박하리

추석에는 내내 작업만 하거나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그 사소한 것들이 날 엄청 행복하게 했다.

   이루고싶은 것들이 많다곤 하지만 난 하찮은 것들에 의해서 기쁨과 행복을 많이 느끼는 작은 사람이기도 하다.

   내가 많은 걸 책임지기가 부담스러워서 누군가에게 의존하려고 빌빌거리면서 살았을? 때가 예전에 있긴 했는데 그 때가 제일 불안하고 불행했다. 하지만 내가 불편하더라도 그것들을 다 감내하고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을 키워나가는 건 내 신체나 정신을 치유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여전히 매 순간 나는 혼자인 것 같고 혼자있는 나도 정말 좋다. 그러면서 여전히 친구들과 놀기도 한다.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보는 시선과는 상관 없이 그냥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요즘이다.


   동시에 추석 때 밀린 작업을 하면서 하쿠에 대한 작업을 오늘 끝냈다.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으려 노력했다. 내 어렸을 때 나에게 정말 힘이 많이 되었던 무의식적인 존재인데 이제와서 다시 떠올리니 고맙다.

   연약했던 나는 언제나 하쿠가 필요했는데 이젠 사실 필요가 없다. 왜냐면 난 나대로 스스로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하쿠를 사랑할 수는 있다.


   언제나 수호천사를 찾아다녔던 것 같은데, 할머니의 말씀대로 언제나 나와 함께 존재하는 수많은 존재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지나간 무언가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지금 가진 아주 사소한 것에 감사해야 한다. 그게 지금 이 순간 내 상태인 것이다.

   불안정해 보이는 무언갈 직시하면 그 순간 모든 정신의 표면들이 흔들리고 송두리째 많은 것들을 앗아갈 수도 있다. 오늘 이모에게 연락을 받자마자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회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삶을 바라보면 삶이란 원래 그런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빠져나간 그 공간 속으로 새로운 것들이 찾아온다. 그게 지금 내 현 상태이므로 그게 무엇이든 감사하게 받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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