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건을 함부로 쓰는 편이었다. 어차피 물감이 묻고, 엄청 깔끔한 성격은 아니었어서 그렇게 대했는데, 그게 내 삶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최근에는 성향을 완전히 바꿨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작은 돈에 감사하지 못 하고 큰 돈만 좇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당시에는 일도 많았고 작품도 잘 팔려서 돈을 잘 버는 편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더 많이 벌려고만 했지 그걸 관리하려는 생각을 못 하니 돈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만 같아서 금방금방 증발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많이 잃어보기도 했는데, 그 때 엄청 절박한 심정으로 이것저것 해 보다가 결국 내가 작은 것들을 무시해서 벌어진 결과이구나 싶어서 많이 반성하고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 1원, 100원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그렇게 대하는 인연과 만나지도 않는다.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이전에 쓰던 지갑도 버리고 새로운 비비안 웨스트 우드 지갑을 샀는데, 일본 한정판이다. 나는 그 브랜드를 엄청 좋아하는데, 키치한 느낌과 고급스러운 느낌이 동시에 있어서 내가 추구하는 바와 비슷하면서 나랑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데, 이 지갑은 때가 타지 않고 엄청 소중히 다루고싶어서 지갑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그만큼 애지중지하게
대하고 항상 고마운 것 같다.
그러다가 나랑 협업을 하는 오래된 외국인이 있는데, 그 사람이 내 지갑주머니를 보고 비웃듯 웃었다.
그 사람은 항상 돈에 쪼달리고 살고 나에게 적절한 페이도 주지 않았던 사람이다. 모든 측면에서 선하고 참 좋은 사람인데 유독 돈을 무서워하고 관리를 잘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사소한 비웃음 자체가 그 사람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내 지갑이 너무 좋다. 그냥 내 작품 대하듯 참 좋은데, 그만큼 더 신중하게 소비하고, 적절하게 투자하며, 조금이라도 저축하고, 미래를 내 돈그릇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인데 겸허한 마음으로 더 건설적으로 공부하고 소중히 대해주고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