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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Apr 26. 2024

ADHD 첫 진단.

초보 엄마 아들의 ADHD에 도달하다.

아이가 ADHD(주의결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게 된 건 약 2년 전 일이다.


"아이는 ADHD가 맞네요..."라는 소아정신과 의사의 말과

두꺼운 종합검사 결과지의 29페이지 중 11페이지 하단에 기록된 

'진단적 인상=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 Language Disorder 가능 시사됨'이라는 

결과 문구로 내 아이는 ADHD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나는 진단결과에 태연했다. 의사의 진단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렇군요..."

큰 감정의 동요 없이 눈물이 나지도 않았으며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이 나지도, 세상이 무너지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이 아이를 키워야 할지 에 대한 걱정이 앞서지도 않았다. 어쩌면 나는 예견된 결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오히려 진단으로 인해 답답하던 지난날 과정들의 원인을 찾은 것 같아 무언가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부턴 해결해 나아갈 수 있겠구나 , 이제부턴 조금씩 방향을 찾아갈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 마저 들었다. 최근 들어 ADHD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지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들 중에도 ADHD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크게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만 2세가 넘던 무렵 처음 어린이집을 들어갔다.

육아에 지칠 때로 지친 초보엄마였던 나는, 아이의 첫 어린이집 등원에 자유시간이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설레었다. 하지만 설렘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첫 아이상담 때 선생님은 아이의 발달지연을 걱정하셨다.

만 2세 또는 그 이상이 되면 평균적으로 간단한 물건의 이름이나 원하는 것이 있을 때 2음절까지의 문장을 말할 수 있어야 하지만 내 아이에게선 언어적인 표현도 현저히 적고 소근육의 발달도 굉장히 미숙하다는 것이다. 그 당시 아이는 엄마, 아빠, 맘마, 물, 우유, 이거, 저거, 싫어 정도만 가능했을 때라 처음 들어보는 다른 이의 평가에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극히 객관적인 아이의 사회생활 평가였다.


그때는 아이가 너무 어려 엄마인 내가 좀 더 신경 쓰고 말하기를 연습시키면 금방 좋아질 거라 생각했다.

아이의 뇌는 생각보다 빨리 성장하고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판단이 착각이었다고 결론짓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만 3세 무렵부터 어린이집 선생님의 연락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언어 지연이 있었던 아이는 또래에 비해 감정적이었다. 

소유 개념이 강한 시기에 질투, 화남 등의 표현을 언어로 풀이할 수 없으니 장난감을 던지거나 친구의 머리를 당기기도 했다. 어린이집에서 필수적이던 낮잠 시간엔 지속적으로 장난 섞인 행동을 하거나,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벽을 발로 쿵쿵 치기도 했다. 낮잠시간에 할 일이 많은 국립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겐 퍽 난감한 아이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곧 어린이집 그룹 속에서 내 아이를 버거워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아이가 사회그룹에 종종 제외되며,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와 동시에 참으로 다양한 이슈들이 생겨났고 나는 여러 번 죄송함을 전달해야 했다.

선생님의 대처가 아쉽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고 엄마로서 무지한 순간들도 있었으며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너무 답답하고 힘이 들었던 시기이다.


그때부터였을까? 이 모든 행동과 결과엔 무언가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강한 판단이 섰다.

그렇게 아이가 40개월이었을 무렵 소아재활의학과를 예약했다. 그 당시엔 ADHD 까진 생각하지 못했을 때라 재할의학과의 소아발달센터를 통해 발달 관련 종합검사(베일리)를 진행했다. 약 3시간가량의 작업평가가 진행되었는데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놀이검사들을 통해 생각보다 잘 버틸 수 있었다. 아이는 언어지연 10개월 소근육발달은 5개월 지연으로 결과가 나왔다.  


병원에서는 언어수업과 놀이수업, 감각통합수업을 추천하였고 약 1년간 다양한 센터를 전전하며 아이 발달의 호전을 기대했다. 아이는 다행히 큰 거부감 없이 센터를 재미있어했고 소근육과 대근육의 움직임도 언어적 표현도 빠르게 발달되었다. 하지만 만 4-5세 무렵 또 다른 문제들이 산재하기 시작했다.

바로 주의력과 과잉행동이었다.


한 가지의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장난감에 관심을 갖다 보니 어느 하나 제대로 된 놀이가 진행되지 못했다. 원하는 호기심이 충족되지 않으면 짜증을 냈고 울거나 보채는 일도 잦아졌다.

그렇다고 아예 집중을 못하는 건 아니었다. 좋아하는 놀이는 몇 시간이고 빠져서 놀게 되는 선택적 집중이 많았다. 특히나 착석이 어려웠는데 유치원에선 앉아있는걸 단 5분도 힘들어해 수업시간임에도 드러눕거나 혼자 돌아다니는 일이 생겨났다.

또한 규칙을 지키는 일도 상당히 버거워했다. 참고 견디는 힘이 부족해 매번 주의를 받고 지적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먼저 버튼을 눌어야 하거나, 빠르게 내려야 하는 점, 옷에 물이 튀면 갈아입거나 팔을 반드시 걷고 있어야 하는 강박도 생겨났다. 모두 과잉행동과 주의력결핍으로 나타나는 양상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다른 전문 병원들과 달랐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진료를 당장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초진의 경우 대기가 기본적으로 1년 이상이었기에 현실적으로 방문이 가능한 모든 병원에 대기를 걸어 둘 뿐이었다. 놀랍긴 해도 다양한 증상으로 이곳을 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 

나는 감사하게도 지인의 도움으로 지금의 담당 선생님을 추천받아 만나 뵐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가장 진료대기가 빨랐던  3개월을 기다려 방문할 수 있었다.

아직도 아이의 손을 잡고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던 첫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내 아이는 만 5세에 접어들어 ADHD 확진을 받았다.




내 아이의 ADHD 대표적인 특징


언어의 지연(표현언어, 화용언어 발달의 지연)

착석이 어려워 수업진행에 방해가 된다.

상황과 관계없는 움직임이 잦다.

상황과 관계없는 소리나 문장들이 생겼다. 

(약간의 반향어(반복어), 상동언어(외계어)-떠오르는 말을 즉각적으로 표현)

규칙의 이해가 더디고 반복적으로 알려줘야 인지한다.

좋아하는 놀이 외 놀이회전이 빠르다.

지루한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주의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지속적인 집중이 어렵다.

감정컨트롤이 어려워 징징거리거나 우는 행위가 잦다.

감각이 예민하다. (소음에 불안이 높아지고, 시각자극에 쉽게 산만해짐)

불안이 높을 때 나타나는 다양한 행동이 발견된다.(입에 손 넣기, 고추 만지기)

자신의 물건을 제자기에 두지 못하고 항상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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